[아시아경제 조용준 기자]"찰스~ 준비 됐지 가자!"머셔(musherㆍ개 썰매를 모는 사람)의 신호에 맞춰 시베리안 허스키와 알래스칸 말라뮤트의 폭풍질주가 시작됐다. 썰매개 10마리의 호흡이 빨라진다. 힘차게 눈 덮힌 아난티클럽 숲을 차고 오른다. 머셔의 호흡도 함께 뛴다. 자작나무가 펼쳐진 순백의 눈밭을 달리는 개썰매는 어느새 한폭의 풍경이 된다. 탑승자의 마음속엔 북극의 대자연이 그려진다. 자연스럽게 두팔을 벌려 자연을 품는다. 눈썰매, 얼음썰매, 스케이트 등 조금은 식상한 겨울철 놀이에 질렸다면 이건 어떨까. 허스키, 말라뮤트가 끄는 개썰매를 타고 눈 덮힌 숲을 달려보는거. 또 있다. 설화(눈신)를 신고 애완견과 함께 눈트레킹에 나서보는것이다. 겨울철 색다른 액티비티를 위해 경기도 가평에 있는 아난티클럽서울을 찾았다.아난티클럽서울은 골프장이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골프공이오가던 페어웨이는 이미 설원이다. 국내 최초로 운영하는 개썰매장과 눈트레킹코스는 모두 눈덮힌 페어웨이가 무대다.
개썰매 코스는 잣나무 9번 홀 인공 호수 일대다. 하얀 눈밭 위 쭉쭉 하늘을 향해 뻗어 있는 자작나무 군락. 제법 북유럽 같은 운치를 자아낸다.흰 눈이 쌓인 골프장 속으로 들어가니 늠름한 시베리안 허스키들이 하얀 입김을 내뿜으며 길가에 줄지어 있다. 썰매를 끌 허스키와 말라뮤트들은 10마리씩 2개조를 이루고 있다. 600m 코스를 개 10마리가 내뿜는 거친 호흡 소리를 들으며 함께 질주한다. 실제 달리는 속도야 기껏 시속 20㎞ 정도지만 체감 속도는 상상을 초월한다. 질주본능에 넘치는 개들이 어서 달리자고 아우성이다. 질주를 재촉하는 울부짓는 소리가 설원에 울려 퍼진다.두근거리는 마음을 누르고 머셔가 붙잡고 있는 썰매 위에 올라탔다. 우두머리 개인 '찰스'는 탑승자가 올라탄 것을 아는지 호흡이 빨라지기 시작했다. "찰스 가자!"라는 머셔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개들이 일사불란하게 앞으로 치고 나갔다. 2마리씩 열을 맞추고 늘어선 개들은 골프장 카트 길을 따라 잣나무 9번 코스를 힘차게 돌기 시작했다.무섭지는 않았지만 예상보다 속도감은 상당했다. 왜 겨울마다 북극권 사람들이 개썰매에 열광하는지 알 것 같았다.
언덕을 내려갈 때 눈썹이 휘날리게 내달리니 이어 오르는 언덕도 탄력을 받아 신나게 올라간다. 직선 구간에선 썰매가 고급 세단처럼 부드럽게 나아간다. 양 옆으로 눈부신 풍경이 획획 지나간다. 잠시 시간이 멈춘 것 같다. 허스키들의 거친 숨소리를 들으며 내 자신이 자연의 일부인양 빠져들다 보니 어느덧 출발점으로 되돌아왔다.개썰매를 운영하는 김태영씨는 "개썰매는 스피드를 즐기는 것이 아니라 개들과 함께 호흡하고 북극의 정취를 상상하고 자연과 하나가 되는 것"이라고 말한다.사실 시베리안 허스키의 파워는 상상초월이다. 덩치 큰 어미 한 마리가 끌 수 있는 무게는 무려 400㎏. 이런 개 10마리가 잡아 끄는 개썰매는 짜릿함 그 자체다. 아쉬운 마음을 접고 개썰매에서 내려 눈트레킹에 나섰다.설화를 신고 애완견(그레이트 피네리즈ㆍ 1박2일에 출연한 상근이 종)을 데리고 자작나무 숲과 호수를 따라 3km를 걷는 코스다.
1시간 30분 가량 설경을 감상하며 골프장 페어웨이를 걷고 나면 기분좋은 충만감이 몰려온다.코스는 골프장의 카트길이나 페어웨이를 이용하기에 어렵지 않게 사색을 하며 트레킹을 할 수 있다. 애완견을 데리고 눈덮힌 숲속으로 빠져들었다. 자연 속에서 애완견과 눈길을 걸으면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것이 색다른 즐거움으로 다가온다. 평소에 눈 덮힌 골프장을 밟을 기회가 없는 아이들은 애완견과 함께 하는 길이 좋은지 연신 웃음꽃이 피어난다.
잣나무숲길, 자작나무길, 호수길 등 30여분을 걷자 멀리서 북소리가 들려온다. '제로니모 인디언 체험존'이다. 인디언텐트 2동이 설치된 이곳에선 인디언 고유의 먹거리나 놀이를 선보인다. 에콰도로에서 날아온 실제 인디언들이 사진 촬영은 물론 인디언 문화체험을 알려준다.인디언존을 벗어나자 하얀눈으로 뒤덮힌 작은호수가 반긴다. S자로 굽은 나무다리가 운치를 더한다. 애완견의 걸음이 빨라진다. 잡은 줄은 팽팽하게 팔목을 조여온다. 애완견이 능숙한 솜씨로 풍경속으로 빠져든다. 트래커도 한 폭의 그림속에 동참한다. 가평=글ㆍ사진 조용준 기자 jun21@asiae.co.kr◇여행메모△아난티클럽서울은
서울춘천고속도로 설악IC에서 5분 거리에 위치한 아난티클럽서울은 골프장이라기보다 휴양림에 가깝다. 나무껍질이 눈보다 하얀 자작나무 3만여 그루가 도열한 도로와 골프코스는 북유럽의 겨울을 연상하게 한다. 아난티클럽서울은 기존의 리츠칼튼 컨트리클럽을 헐고 새로 건물과 숲을 자연친화적으로 만들었다. 골프장(27홀)외 야외 수영장, 라이브러리 라운지, 풀사이드 레스토랑, 연회 빌딩 등 다양한 부대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골프장은 평지에 가깝지만 홀 사이를 오가는 카트길은 오르막과 내리막이 많은 S자 코스로 설계해 겨울엔 눈트레킹 코스로 그만이다. 겨울을 맞아 내달 5일까지 운영되는 '윈터 액티비티'는 개썰매 1대 (2인 탑승) 성인 3만원, 어린이 2만5천원, 눈트래킹 어른 2만원 어린이 1만5천원, 애완견을 데리고 나갈경우 1만5천원을 추가하면된다. 이밖에도 눈사람 만들기 대회, 인디오로 구성된 3인조 밴드의 잉카음악 등도 공연한다. (www.ananticlub.com, 031-589-3457)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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