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저詩]이혜미 '춤의 독방'

나는 이제 막 절망하기를 마친 사람. 무엇의 중심도 되지 않으려 너의 손을 잡고 경쾌하게 돌고 돈다 흐린 장막이 펼쳐진다. 두렵지 않니? 서로 다른 몸이 하나의 시간에게 벌이는 일이. 두근대지 않니? 저 수많은 점들이 편재하며 사람에게 문양을 허락하는 일이. // 그것들 별자리를 이룰 줄 알았는데. 잘못 그어준 선들이 서로를 깊이 추워한다. 나는 무엇이라도 붙잡고 흐르는 자, 문장이 아닌 척 노래 속으로 스며들면 너의 불신은 얼마든지 나의 양식이 된다. 이 음악이 끝나더라도 홀로 있는 한 너와 나는 완벽해진 한 쌍. // 아름다운 그림자를 가지기 위해 서로를 배제하는 법을 익혔지. 그것을 너는 소용되지 않을 말들로 이루어진 행성이라 했지만, 나는 그 어둠에 손을 담근 채 떠나갈 수 있을 것이라 믿었다. 우리는 흩어지고 싶었던 것 같은데. 장막이 걷힌 후에는 끔찍하게 선명한 얼굴, 얼굴들,
이혜미 '춤의 독방'■ 그러나 난 좀 다른 얘기를 하자. 스무살 정거장에서 두고온 모자처럼 늦은 생각. 이대로 돌아서서 당신에게로 걸어가 돌아가 가만히 주저앉고 싶다는 생각. 당신의 숨 앞에 가만히 쉬고 싶다는 거. 부연 불면 속에 묻어오는 입술같은 것. 끔찍하게 선명한 독방의 춤. 늦은 사랑아, 잘못 왔다. 돌아가거라. 빈섬 이상국 편집부장· 시인 isomis@<ⓒ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편집국 이상국 기자 isomis@ⓒ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