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여고 앞엔 '졸업 성형' 유혹 극성

[아시아경제 박혜정 기자]수험생을 대상으로 한 연말 이벤트가 뜨겁게 펼쳐지는 가운데 일부 성형외과의 도 넘은 상술이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수험생 할인행사 등의 판촉 활동이 학교 주변까지 파고들며 겨울방학을 맞은 여고생 유치에 혈안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27일 업계에 따르면 부천의 한 성형외과는 최근 A여자고등학교 앞에서 "쌍꺼풀수술을 싸게 해주겠다"고 홍보하며 기념품으로 손거울과 초콜릿상자를 나눠줬다. 앞서 서울의 유명 성형외과는 수학능력시험 당일 주요 여자고등학교 앞을 점령하고 코팩, 쌍꺼풀 테이프 등을 뿌렸다. 쌍꺼풀 테이프를 사용해보고 자신에게 맞는 수술을 하라는 문구가 적힌 엽서도 함께 전했다. 이 병원에서 나눠준 쌍꺼풀 테이프를 받았다는 이모(19)양은 "쌍꺼풀 테이프를 붙이니 쌍꺼풀 모양이 예쁘게 나왔다"면서 "엽서에서 절개하지 않고 수술할 수 있다고 해 부모님을 졸라 수술을 받기로 했다"고 말했다. 수험생이 이벤트에 해당하는 성형수술을 할 경우 동행하는 부모는 '점'을 빼주거나 피부 관리를 해준다는 솔깃한 제안도 이어졌다. 이같은 '수험생 상술'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점점 도가 지나쳐간다는 게 문제다. 특히 많은 성형외과들이 대형 병원화되거나 네트워크 방식으로 묶이다보니 동네 소형 병·의원들은 '살아남기 위한' 홍보행위에 위험수위를 넘나들 수밖에 없는 것이다. 수험생 부모인 정모씨는 "사회 전반에 퍼진 외모지상주의를 성형외과 측에서 상술로 이용하고 있는 것 같다"면서 "실제 부모가 아이 손을 잡고 병원을 방문할 정도로 성형이 고등학교 졸업선물이 됐다"고 씁쓸해했다. 또 다른 학부모 김모씨는 "있는 그대로가 가장 예쁠 나인데 성형수술을 당연히 생각하는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사회가 돈만 있으면 못할 것이 없다는 비뚤어진 가치관을 심어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법적인 제재 수단이 없다는 것도 문제다. 성형 판촉 행위는 과장·허위 광고가 아닌 이상 법적인 문제는 없기 때문이다. 성형외과에서 내세우는 할인 쿠폰이나 홈페이지 광고를 불법 알선 또는 유인으로 보기 어려운 데다 판촉물은 의료광고 심의대상이 아니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 관계자는 "인터넷, 신문, 정기간행물, 벽보·현수막 등 옥외광고물 등만 심의 대상이라, 심의를 받지 않은 판촉물은 의료법에 저촉된다고 볼 수 없다"고 토로했다. 박혜정 기자 parky@<ⓒ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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