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500대 기업이 새해 신규채용 규모를 올해보다 줄일 것으로 조사됐다. 대한상공회의소와 인쿠르트가 매출액 상위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일자리 기상도 조사'를 벌인 결과, 이들 기업의 새해 신규채용 계획 인원은 2만8412명으로 올해 채용 인원 2만8777명에 비해 1.3%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 청년실업 문제가 심각한 상황에서 신규채용 규모가 이렇게 줄어들 전망이라면 고용에 적신호가 켜진 것으로 봐야 한다.업종별로 보면 고용 문제의 심각성을 더욱 분명히 알 수 있다. 전기전자, 석유화학, 식음료 등 일부 업종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업종에서 신규채용 인원을 줄일 방침이다. 특히 섬유제지는 30%, 자동차와 그 부품은 14%, 유통물류는 9%만큼이나 올해보다 신규채용을 줄이겠다고 한다.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의 대표적 수혜업종인 자동차와 그 부품 분야에서 신규채용 계획이 대폭 축소된 것은 의외다. 이는 한ㆍ미 FTA의 고용증대 효과에 대한 기대를 하향조정해야 할 필요성을 말해주는 것일지도 모른다. 유통물류 분야의 신규채용 축소는 전반적인 경기부진과 내수위축을 반영한 것으로 짐작된다.그렇잖아도 유럽 재정위기의 파급효과 등으로 내년도 우리 경제의 성장률이 3%대 중후반의 낮은 수준에 머물 것으로 전망되면서 고용 문제가 심각해질 것으로 우려되던 터였다. 대한상의와 인쿠르트의 이번 조사 결과는 이런 우려가 괜한 게 아니었음을 확인해준 것이다. 정부의 경제정책이 새해에는 고용에 초점을 맞추지 않으면 안 될 상황이다.그러나 정부가 여전히 경제정책 방향을 놓고 혼선을 빚고 있어 걱정된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가을 국민의 체감과 동떨어진 고용통계의 수치상 호전을 두고 '고용 대박'이라고 표현해 물의를 빚은 바 있다. 박 장관이 최근에는 "일자리 만들기가 경제정책의 처음이자 마지막"이라고 말하는 등 고용 문제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어 다행이다. 그러나 정부의 경제정책이 실제로 그런 방향으로 운영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청와대에서 흘러나온 말로는 이명박 대통령이 신년 연설에서 '경제 연착륙'을 강조할 예정이라고 한다. 내실 있는 고용대책도 경제 연착륙 못지않게 시급한 과제임을 청와대와 정부는 명심해야 한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