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안팎이 어지럽다. 유럽의 재정위기 등 대외 여건은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미국 경제는 여전히 불안하고 중국 역시 경착륙 우려가 나오고 있다. 그 여파로 우리 경제도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내년에는 선거 리스크까지 겹쳐 경기가 더 나빠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나라 안 사정도 마찬가지다. 정치권은 여야 가릴 것 없이 쇄신이니 통합이니 재편의 소용돌이에 빠져 있다. 한나라당은 지도부가 와해된 상태로 식물정당 꼴이다. 민주당 역시 야권 통합을 둘러싼 내부 갈등으로 홍역을 앓고 있다. 제 몸조차 추스르지 못하는 정치권이 경제를 살리고 민생을 챙길 것이라 기대하기는 어렵다.새해 예산안을 심의하고 민생 관련 법안을 처리해야 할 국회가 문도 열지 못하고 있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다. 지난달 22일 한나라당의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강행 처리 이후 국회는 공전 상태다. 오늘부터 임시국회를 열기로 했지만 실제 열릴지는 불투명하다. 그뿐 아니라 정권 4년차 징크스라는 '측근 비리'가 이번에도 예외없이 정권을 압박한다. 이명박 대통령의 처남과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의원의 보좌관이 금품수수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얼마 전에는 청와대 참모들이 구속됐고 '왕차관'으로 불리는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도 의혹의 대상에 올랐다. 어제 청와대 참모진 개편에서는 총선 출마 등의 이유로 정권 초기부터 대통령과 호흡을 맞춰 온 소위 '실세'들이 대거 물러났다. 민생은 고달픈데 정치권은 혼란에 빠졌고 청와대는 레임덕 상태에 놓였다. 나라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걱정스럽다. 이명박 정권은 아직 1년 이상 남았다. 무기력하게 보내기에는 남은 기간이 너무 길다. 국정이 중심을 잡지 못하고 표류하면 국민의 고통만 가중될 뿐이다. 하금열 대통령실장 내정자 등 새 청와대 참모진은 대통령이 국정의 중심을 잡고 남은 임기를 잘 마무리할 수 있도록 보좌해야 할 책무가 크다. 그러기 위해서는 귀를 열고 민심의 바다로 나가야 한다. 대통령에게 쓴소리도 할 수 있어야 한다. 정부 각료들의 역할도 중요하다. 청와대나 정치권에 책임을 떠넘길 게 아니라 면밀한 정책 대응과 책임 있는 자세로 정권 말기 혼란에 대처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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