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저詩]김기림 '바다와 나비'

[아시아경제 이상국 기자]아무도 그에게 水深을 일러준 일이 없기에/흰 나비는 도무지 바다가 무섭지 않다. //靑무우밭인가 해서 내려갔다가는/어린 날개가 물결에 절어서/공주처럼 지쳐서 돌아온다. //三月달 바다가 꽃이 피지 않아서 서글픈/나비 허리에 새파란 초생달이 시리다.김기림 '바다와 나비'
■ 이 시를 쓰기 위해선 나비의 심장에 붙어 그 박동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 나비는 돌아올 계산을 하고 한발짝씩 갸웃거리며 내딛지 않았기에 푸르른 청무우밭 같은 그곳의 저편 너무 멀리까지 갔다. 그리고 내려가봤더니 전에 봤던 그 무우밭들과는 조금 다르다. 이건 뭐야? 다시 날아오르려는데 힘이 그리 많이 남아있지 않다. 거기다 무우밭에 앉으려다 적신 날개가 무겁다. 어쩌나. 겨우겨우 느릿느릿 팔락이며 해안에 닿는 나비. 김기림은 끝까지 나비의 꿈을 놓치지 않는다. 바다처럼 생각하지 않고 나비의 편에서 생각을 민다. 청무우밭에 꽃이 피지 않은 거야. 꽃만 피었다면 한참을 놀다올 수 있었는데...푸른 바다를 돌아보며 나비는 중얼거린다. 나비 허리에 붙은 초승달에, 가냘픈 나비의 전신이 바르르 떤다. '시리다'는 말은 그렇게 내게 들린다. 빈섬 이상국 편집부장ㆍ시인 isomis@<ⓒ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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