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저詩] 박남준 '쉰'

그리움도 오래된 골목 끝 외딴 감나무처럼 낡아질 수 있을까흘러온 길이 끝나는 곳 세상의 모든 바다가 시작되는 곳밤새 불빛 끄지 않고 뒤척이며 깜박이는 등대같은 것
박남준 '쉰' ■ 조선시대같으면 평균 수명보다 열살은 더 지난 저 나이. 낡은 가마니같이 군데군데가 가만히 너덜거리는 삶, 그래도 내려가는 길에 자잘한 눈꽃같은 거 피어있어 한참 쭈그리고 앉아 햇살 쬐는 시간. 지리산 아래, 찻물 끓는 소리, 사람만큼이나 말없는 오두막집에서 저녁과 아침을 만드는 시인. 그는 정말 한번도 불빛을 끄지 않은 등대같다. 세월이 묻어가노라면, 같은, 사람이라는 것이 기쁘고 흐뭇해지는 마음도 더러 일어나는 법이던가. 꽃 피는 날, 꽃 지는 날, 비 오는 날, 잎 붉은 날, 그 잎 모두 사라진 날, 눈 내리는 밤, 박남준 시인이 보고싶다. 빈섬 이상국 편집부장ㆍ시인 isomis@이상국 기자 isomis@<ⓒ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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