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성정은 기자] '춤'이 두 사람의 인생을 바꿨다. 엄마가 외면한 한 어린 아이와 40대 시인의 삶을 말이다. 시인은 아이에게 엄마가 돼줬고, 아이는 자연스레 시인의 딸이 됐다. 피를 나누진 않았어도 이들은 '엄마와 딸'이라는 이름으로 새 가족을 이뤘다. 두 달 남짓한 짧은 시간이었지만 엄마와 딸은 어느새 서로에게 가슴 뛰는 사람이 됐다. 또 사랑이 됐다.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원장 박재은)이 지원한 태안군 이원면 '엄마와 딸-창작 커뮤니티 댄스' 얘기다. '엄마와 딸' 발표회를 앞두고 리허설이 있었던 지난 16일 태안군에 있는 태안문예회관을 찾아 8살 K모양과 김모씨, 이들 모녀의 얘기를 직접 들어봤다. ◆K양에게 찾아온 인연=이날 태안문예회관 대공연장 무대는 서늘한 실내 공기와는 달리 뜨거운 분위기였다. '엄마와 딸'에 참여하는 아이들이 연습 전 무대를 뛰어다니며 놀고 있었다. 장난을 치기도 하고 노래를 하기도 하는 아이들 사이에서 끊임없이 깔깔대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무대를 신나게 뛰노는 아이들 가운데 단발머리를 한 소녀가 눈에 들어왔다. K양이었다. 지난해 태안의 한 공동생활가정에 들어온 K양에게 새로운 ‘엄마’가 찾아온 건 지난 9월의 일이다.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 '지역사회 문화예술교육 활성화 지원 사업'의 하나로 마련한 '엄마와 딸-창작 커뮤니티 댄스'가 시작되면서다. 이 프로그램에서 안무를 맡은 최모씨와 시인 김씨가 맺은 인연이 K양에게로 이어졌다. K양이 김씨에게 마음을 열게 된 건 다름 아닌 '춤' 덕분이었다. '엄마와 딸-창작 커뮤니티 댄스'는 엄마와 딸의 일상을 담아낸 춤으로, 엄마와 아이가 스킨십을 하면서 마음을 나눌 수 있게 한 게 특징이다. 함께 노래를 부르고, 놀기도 하면서 K양과 김씨는 아주 조금씩 가까워졌다. 김씨는 K양을 만날 때마다 머리핀이며, 옷이며 작은 선물도 했다. K양은 이제 김씨를 '엄마'라고 부른다. 며칠 전엔 김씨에게 '엄마 사랑해요'라는 글씨를 적은 그림도 건넸던 K양이었다. K양에게 이제 '엄마'는 상처나 아픔이 아니라 '사랑'으로 자리 잡았다.
'엄마와 딸-창작 커뮤니티 댄스'로 서로의 마음을 나눈 4쌍의 모녀.
◆태안 모든 엄마들의 꿈 '엄마와 딸'='엄마와 딸-창작 커뮤니티 댄스'가 K양에게만 사랑을 전한 건 아니었다. '엄마'인 김씨의 삶도 바꿨다. 김씨는 "딸과 이렇게 눈을 맞추고 스킨십을 하는 건 처음하는 경험이었다"며 "딸이 생겼다는 생각에 가슴이 너무 뛰어 주체할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엄마와 딸-창작 커뮤니티 댄스'를 하면서 '나도 누군가에게 뭔가를 나눠줄 수 있는 사람이구나' '내가 아이들이 놀 수 있는 놀이터가 돼줄 수도 있구나'라는 생각에 가슴이 따뜻해지는 걸 느꼈다는 그다. '엄마와 딸-창작 커뮤니티 댄스'에 함께 참여한 공동생활가정의 원장 A씨도 같은 마음이었다. A씨는 "아이들과 함께 매일을 생활했는데도 이렇게 함께 춤을 춰보니 '그동안 내 사랑이 부족했다'라는 걸 느끼게 됐다"며 "이 춤을 추면서 오히려 내가 아이들에게 사랑을 받는 기분"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18일 태안문예회관에서 열린 나오리 축제에서 '엄마와 딸-창작 커뮤니티 댄스'의 대본 및 안무를 담당한 최씨는 "태안의 엄마들은 지역 특성상 일을 많이 하기 때문에 아이들과 어울리고 싶어도 함께 할 시간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엄마와 딸-창작 커뮤니티 댄스'는 딸과 같이 시간을 보내고 싶어 하는 태안 엄마들의 고민을 담은 춤"이라고 밝혔다.'춤'으로 엄마와 딸이 교감하는 이 '엄마와 딸-창작 커뮤니티 댄스'가 앞으로 더 많은 태안 엄마들과 딸들의 마음을 보듬어줄 수 있을까. 김씨의 옆에 꼭 붙어선 K양의 얼굴에 밴 미소가 그 대답을 대신하는 듯 했다.태안=성정은 기자 jeun@<ⓒ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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