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농업 기업들도 함께 뛴다
인성테크 식물공장 내부.[사진_ 이코노믹리뷰 이미화 기자]
식물은 재배하는 것이 아니라 제조하는 것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채소를 대량생산하는 식물공장들이 도심 빌딩 안에서 운영된다. 친환경, 웰빙을 표방하는 기업들은 회사 건물 안에서 인테리어 소재로 채소를 재배하기도 하고 직원들의 점심식사 식자재로 활용하기도 한다. 도심 속 빌딩 안에서 산업으로, 또는 산업현장에서 마케팅이나 기업의 이미지 효과를 높이기 위해 활용되고 있는 식물공장과 기업의 도시농업 사례를 알아봤다. 커다란 인큐베이터가 보인다. 그곳에 연한 녹색 잎의 식물들이 숨을 쉬고 있다. 식물이 재배되는, 아니 제조되고 있는 식물공장이다. TV에서 보는 반도체 공장처럼 직원들은 위생가운을 입고 크린 룸에서 몸을 소독하고서야 공간을 드나든다. 소음도 없고 매연도 없다. 상추, 롤로, 시소, 바질 등이 흙이 아닌 물 위에 뿌리를 내리고 LED 인공 빛을 받으며 숨쉬고 영양분을 섭취하고 잠을 자고 자란다. 지난 16일 오후 용인시 수지에 위치한 인성테크 사무 공간에 마련된 식물공장 안의 풍경이다. 도시농업의 한 형태로 식물공장이 뜨고 있다. 식물공장은 식물이 자라는데 필요한 환경적인 요소 즉, 물·빛·온도·습도·이산화탄소·농도·영양분 등을 인위적으로 조절해 식물이 자랄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만들어 안정적인 생산과 고품질의 농산물을 재배하는 방식으로 미래 농업의 대안으로 떠오르는 산업이다. 이미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20여년 전부터 활발히 연구 개발돼온 분야다. 현재 국내에서 운영되고 있는 식물공장은 인성테크와 태연친환경종합기술을 비롯해 카스트식물공장, 아이팜 등 8곳이 있다. 대부분 정부 지원을 받거나 개인투자 형태로 운영된다. 인성테크는 식물공장 장치를 제작하고 육묘를 생산해 유통하는 업체다. 자동차 세차시스템 제작업체였던 인성테크는 세차시스템 기술을 식물재배에 적용해 7년 전부터 식물공장 사업에 뛰어들었다. 안형주 인성테크 이사는 “식물공장은 채산성은 높지 않아 아직 시장 규모가 형성돼 있지는 않지만 기후 문제와 식자재 가격 변동 등 여러 문제에 대응하는데 있어 잠재력이 충분히 있는 분야”라고 강조했다.이곳에서 제작된 식물공장은 그동안 롯데마트 ‘행복가든’을 비롯해 분당 암웨이센터, GS샵, 신세계 보노보노 매장 등으로 납품됐다. 최근에는 지역에서 텃밭 경작이나 친환경 농산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새로 조성되는 아파트를 중심으로 식물공장을 설치하려는 수요도 커졌다.“전기료나 초기 비용이 높기 때문에 개인이 식물공장을 찾는 경우는 그다지 많지 않지만 주로 외식업체나 식자재를 취급하는 기업 등에서 인테리어 용도로 활용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지요. 최근엔 아파트에서도 주민들의 요구로 문의나 주문이 쇄도하고 있습니다.” 식물공장의 최근 상황이 좋아서 인지 안 이사의 얼굴에 환한 기운이 돈다. 이 업체는 앞으로 실내외에서 모두 활용이 가능한 복합형 식물공장을 제조해 향후 은퇴자들이 가정에서도 가볍게 농업을 통해 소득을 얻을 수 있도록 기계 보급과 육묘 유통망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국내 식물공장은 대개 상추 등 엽채류만 재배하지만 농업법인 태연친환경농업기술은 아프리카 나미브 사막의 원산지인 ‘아이스플랜트’라는 특용작물을 식물공장에서 대량 재배해 생산한다. 아이스플랜트는 얼핏 보면 미나리와 비슷하지만 잎과 줄기 부분에 작은 나트륨 결정이 이슬처럼 맺혀있다. 아삭한 식감과 짭짤한 맛으로 국내 고급 호텔 식당으로 납품되고 있다. 9월부터 신라호텔에 납품을 시작했으며, 최근에는 롯데호텔, 프라자호텔, 하얏트 호텔 등에서도 문의와 납품 요청이 들어오고 있다. 김선일 태연친환경농업기술 경영지원실장은 “식물공장은 초기 투자비가 많이 들기 때문에 수익성이 높은 식물을 찾다가 아이스플랜트를 찾게 됐다”며 “하루 250포기 생산이 가능한데 1년 동안 생산된 채소를 100% 판매한다고 하면 약 8억~9억 원의 수익이 발생한다”고 말했다.최근 기업들을 중심으로 농업을 마케팅이나 기업 운영에 활용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서울 중구 쌍림동 CJ제일제당센터 1층. 넥타이를 맨 회사원들이 지나다니는 길목에 뭔가가 보인다. 처음 그곳을 가본 사람이라면 ‘설마, 저런 곳에’ 하며 애써 자신이 본 것을 부인하려 할 것이다. 하지만 엄연한 현실이다. 보이는 것은 바로 벼다. 그것도 실제 누렇게 익어가고 있는 벼다. ‘CJ더팜’이란 명칭으로 불리는 도심 내 농장이다. 규모는 330㎡로 CJ측은 이곳에 햇반의 원료인 벼와 행복한 콩 두부의 원료인 콩, 토마토 등을 재배하고 있다. 실내농장에서도 벼가 자연과 똑같은 조건에서 자라도록 하기 위해 메탈 할 라이트와 나트륨등(燈)을 7대3으로 구성한 인공 태양광을 설치하고 계절의 변화에 따라 태양에 가까워졌다가 멀어지는 효과를 만들기 위해 인공 태양광의 높낮이와 밝기도 조절하고 있다. 벼와 콩을 재배하는 담당자가 따로 고용돼 있으며, 이곳의 실내온도는 늘 26~30도를 유지하며, 1년 3모작까지 가능하다. CJ그룹 관계자는 “밀가루와 설탕 등을 생산하던 제일제당이 CJ 식품기업의 모태였기 때문에 초심으로 돌아간다는 의미에서, 또 좋은 재료를 사용하는 기업을 보여주고자 상징적으로 조성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기업은 2층에 마련된 직원 자녀 어린이집과 연계해 아이들의 견학 현장으로도 활용하고 있다.
실내에서도 자연과 똑같이 벼가 자랄수 있도록 조성된 ‘CJ더팜’.
서울 문래동 GS샵 회사 건물 내에서도 농사가 지어지고 있다. GS샵은 지난 3월 3개월간에 걸친 사내식당 리뉴얼 공사를 마치고 ‘자반(Zaban)’을 오픈했다. 짭짤한 자반처럼 회사 생활의 맛을 더해준다는 뜻의 이 공간 안에는 실내 유기농 채소 재배 농장인 ‘채림(菜林)’이 조성돼 있다. 멀티그린, 비타민, 로메인, 치커리, 바질 등 샐러드용 식물들을 LED로 재배해 직원들의 식재료로 사용하고 있다. 도심 속 텃밭으로 웰빙 식단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인테리어 효과가 뛰어나 업무 공간 가까이에서 자연을 접하고 싶어 하는 직원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현대백화점은 농업을 고객 마케팅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서울외곽 5곳(서초구 원지동·강동구 상일동·일산 구산동·도봉구 도봉동·강서구 오곡동)의 주말 농장을 임차해 총 800구좌를 마련, 수도권 8개점 고객들에게 선착순 접수를 받고 분양하고 있다. 친환경 주말농장을 통해 고객들에게 농사와 안심 먹거리를 소중함을 느낄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마련된 프로그램이다. 이 마케팅은 특히 올해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현대백화점 수도권 8개점이 3월말부터 점포별 100명씩 선착순 접수를 시작한 결과 압구정 본점과 무역센터점은 접수를 시작한 지 2시간 만에 100구좌가 예약 완료될 정도로 경쟁률이 치열했다. 현대백화점은 일반 주말농장과는 차별화하기 위해 백화점의 이름을 걸고 친환경농법 교육과 건강 먹거리 강좌, 김장콘테스트 등을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해 진행했다.쭦텃밭용품 이곳에서 사세요 도시농업이 활기를 띠면서 인터넷 쇼핑공간에서 원예자재를 판매하는 쇼핑몰이 뜨고 있다. 최근 불안정한 채소 등 식재료 가격과 자녀들의 정서와 교육을 위해 집안에 미니 텃밭을 가꾸려는 주부들이 많이 찾고 있다. 요즘 뜨고 있는 원예자재 전문 몰을 소개한다.(자료제공-카페24) ■ 텃밭세상(www.docinongbu.co.kr)비료, 새싹, 씨앗을 비롯해 텃밭 용품을 판매하고 있다. 아이들 키우는 가정에서는 자녀들의 체험을 목적으로 구매하는 경우도 다수 있다. 이상복 대표는 “집에서 채소를 재배할 경우 쉽게 흥미를 잃지 않기 위해서는 상추, 치커리 등 키우기 쉬운 작물부터 재배하라”고 조언했다. ■ 화분월드(www.화분월드.com)화분, 혼합토, 식물영양제, 비료, 씨앗 등을 판매하는 쇼핑몰이다. 주 고객층은 20대에서 50대까지 연령층이 다양하며 최근 남성 구매자들도 늘고 있는 추세다. 김우진 대표는 “가정은 야외보다 여러 가지 제약 조건이 있기 때문에 무리 하지 않고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재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 자연촌(www.wadi.co.kr)채소밭 세트 판매를 주로 한다. 세트는 텃밭 용기와 분갈이 용토, 혼합배양토로 구성돼 있다. 이 몰의 경우 과거엔 40~50대가 주요 고객이었으나 최근에는 20~30대의 구매가 많아져 수요층이 다양해지고 있다고. 박재철 대표는 최근 세균과 먼지 등 집안 공기 오염에 대비해 가습기를 대신해 집안에 텃밭을 가꾸는 가정이 많아지고 있다고 귀띔했다. ■ 새싹이랑(www.withbud.co.kr)가정에서 설치 가능한 수경 재배기와 새싹 재배기를 주로 취급한다. 일본 방사능 사건 이후 친환경 농산물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최근 자신의 가정환경에 맞는 재배 가능한 농작물이 무엇인지 묻는 문의가 많아졌다는 게 김범주 대표의 설명이다. 이코노믹 리뷰 김은경 기자 kekisa@<ⓒ 이코노믹 리뷰(er.asiae.co.kr) - 리더를 위한 고품격 시사경제주간지,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주간국 김은경 기자 kekisa@ⓒ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