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통신부문 매출 1조원대 하락...새 돌파구 기대
-총수 수사중에도 '합병의 힘' 절실했다[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 정호창 기자, 임선태 기자, 박지성 기자]10일 오후 SK텔레콤 사내이사 3인은 1시간이 넘는 고심끝에 하이닉스를 인수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그래도 가격이 걸렸다. 이어 5인의 사외 이사를 불러 모은 뒤에도 인수 가격을 결정하지 못해 장고에 들어갔다. 하이닉수 인수가를 놓고 팽팽하게 맞서던 SKT의 이사진은 10일 하이닉스 채권단이 제시한 본입찰 마감시한 5시를 20여분 남겨 놓은 상황에서 결국 인수가에 합의하고 본입찰 제안서를 넣을 수 있었다. SKT 관계자는 "대내외적으로 어려운 경영 여건에 처해 있지만 하이닉스의 인수는 SKT의 미래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면서 "SKT의 각종 사업과 시너지 효과는 물론 정체된 통신 시장의 정체를 해소하기 위한 새로운 돌파구가 될 것을 확신한다"고 말했다. ◆SKT, 내년 통신 매출 1조원대 하락…성장 정체=SKT는 지난 해 매출 12조4600억원, 영업이익은 2조350억원, 당기순이익은 1조4110억원을 기록했다. 스마트폰이 대중화 되면서 무선인터넷 매출은 3조원대까지 확대됐다. 하지만 나머지 사정은 그리 좋지 않다. 주력인 음성 서비스 매출은 계속 하락을 면치 못하고 정부의 통신 요금 인하 압력도 더욱 강해지고 있다. 재판매사업자(MVNO)가 반값 휴대폰 요금을 들고 나오며 강력한 경쟁자로 급부상했고 통신 3사의 마케팅 경쟁도 수익구조를 악화시키고 있다. 특히 내년부터는 매출 하락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SKT가 내부적으로 추산한 내년 한해 매출 감소액은 총 1조~1조50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SKT의 한해 매출 중 10%가 사라지는 셈이다. ◆통신+콘텐츠+반도체 시너지 효과 기대=업계는 적자전환한 하이닉스와 통신 시장의 성장 정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SKT의 시너지 효과가 클 것으로 보고 있다. 김회재 대신증권 연구원은 "궁극적으로 하이닉스는 하드웨어, SKT는 소프트웨어로 성장한 회사"라며 "이 두 회사의 합병은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간 컨버전스를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즉 통신회사로 시작해 다양한 콘텐츠 사업 및 통신사업 노하우를 보유한 SKT가 하이닉스와 함께 글로벌 업체로 동반 성장해 나간다는 것이다. 이번 인수 합병의 성사 여부는 하이닉스에 여러 가지로 중요한 의미가 있다. 하이닉스는 세계 반도체 시장 2차 대전에서 삼성전자와 함께 승자로 올라섰다. 이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다. 현 채권단보다 자금력이 있는 주인이 필요한 상황이다. 장기 전략 수정도 수반돼야 한다. 하이닉스가 이번 분기 적자로 돌아선 것은 D램에 편중된 사업 구조가 주 요인이다. 낸드 플래시와 시스템 반도체 사업을 강화하는 등 사업 전략 재편이 필요한 시점이다. 하성민 SK텔레콤 사장도 지난 8월 임시주주총회에서 "하이닉스의 역량을 잘 알지만 메모리에 사업이 너무 편중됐다"며 "통신사업과 연계성이 높은 부분 사업을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특히 SKT가 휴대폰 사업을 재개할 경우 삼성전자에 버금가는 반도체-통신간 사업 시너지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하이닉스 노조도 반기고 있다. 10년간 주인을 찾지 못해 표류하던 하이닉스가 새 주인을 맞아 한단계 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다. 하이닉스 노조는 "안정적인 사업구조를 갖춘 SKT는 하이닉스와 좋은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라고 환영했다. 권오철 하이닉스 사장도 내년 1월 인수가 마무리된다는 전제로 투자와 사업 전략을 수립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낸드 투자 확대와 차세대 제품 개발 등의 계획이 순조롭게 흘러갈 전망이다. ◆증권가 "SKT 부정적, 하이닉스 재평가 이뤄질 것""=SKT의 하이닉스 인수 본입찰 참여에 대해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대체로 '하이닉스엔 호재, SKT엔 단기 악재'라는 엇갈린 평가를 내놨다.11일 오전 9시15분 현재 SK텔레콤은 전날보다 1000원(0.69%) 떨어진 14만4000원에 거래되며 이틀 연속 약세가 이어지고 있다. 반면 하이닉스는 10년만의 주인찾기에 대한 기대감으로 3.02% 오르며 5일만에 반등세를 나타내고 있다.증권가는 SKT와 하이닉스의 시너지 효과가 불투명하고 천문학적 투자비 역시 부담스러운 수준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강지훈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하이닉스와의 시너지 효과가 구체적이지 못하고 SKT의 장점인 안정성과 경기방어적 비지니스, 예측 가능한 수익성 등이 훼손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하이닉스에 대해선 긍정론 일색이다. 신현준 동부증권 애널리스트는 "과거 하이닉스 주가에 대한 최대 리스크였고 회사의 자체 역량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외부 환경요소였던 오너십 문제가 해결될 수 있는 좋은 기회"라며 "업황 턴어라운드와 매각절차가 완료되는 내년 1분기 이후 상승 모멘텀이 강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명진규 기자 aeon@정호창 기자 hochang@임선태 기자 neojwalker@박지성 기자 jiseong@<ⓒ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산업2부 명진규 기자 aeon@증권부 정호창 기자 hochang@산업2부 임선태 기자 neojwalker@산업부 박지성 기자 jiseong@ⓒ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