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한·사우디 원자력협정 체결의 의미

우리나라와 사우디아라비아가 원자력협력협정을 체결한다.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과 사우디아라비아 정부 내 원자력 업무를 전담하는 '킹 압둘라 원자력 및 재생에너지원'의 야마니 원장은 오는 15일 외교통상부에서 원자력협정에 서명할 예정이다.  원자력협정은 원전 수입국이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을 보장하는 대외적인 약속으로, 원전을 수출하고 원자력 협력을 강화하는 데 꼭 있어야 할 국제법적 기초다. 이번 한ㆍ사우디 원자력협정 서명을 계기로 양국 간 원자력 분야의 협력 기반이 구축될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나라는 4기의 원전을 수출하는 아랍에미리트(UAE)를 포함, 이미 25개국과 원자력협정을 체결했으며, 앞으로도 원전 건설 계획이 있는 국가들과 원자력협정 체결을 추진해 나갈 것이다.  사우디는 세계석유 생산량의 약 12%를 차지하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핵심회원국이다. 우리나라도 원유 수입의 3분의 1과 LPG 수입의 6분의 1을 사우디에 의존하고 있다. 원유로 돈을 벌어 부국이 된 사우디가 원자력에 적극 관심을 보이는 것은 의외다. 그러나 석유는 42년, 천연가스는 60년 후에 고갈될 것이라는 전망 속에 사우디 정부는 작년부터 원자력과 재생에너지에 대한 관심을 가졌다. 이에 따라 후쿠시마 원전 사고에도 불구, 원전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다. 이미 올해 2월 프랑스, 6월에는 아르헨티나가 사우디와 원자력협력협정을 맺었고, 앞으로 중국과 러시아도 원자력협정을 체결할 것으로 보이는 등 원자력 강국들은 사우디 원전시장의 교두보를 확보키 위해 치열한 외교전을 펼치고 있다. 중동 국가들이 원자력에 관심을 갖는 이유로는 첫째, 석유와 같은 유한한 에너지원에 대한 의존에서 탈피하고 전력생산 구조를 효율화함으로써 지속적인 경제 성장을 도모하고, 둘째, 재생에너지 및 원자력 이용을 통해 범세계적인 기후변화에 동참키 위한 것으로 보인다. 중동 국가들이 미래의 경제성장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해외에 고유가로 석유를 계속 수출해야 하지만, 국내에서는 지속가능하고 저렴한 에너지원으로 전력을 생산해야 한다. 물론 태양광 등의 재생에너지도 함께 고려하고 있지만 원자력이 안정성만 확보된다면 가장 현실적인 에너지원인 것이다.  원자력발전은 현재 활용 가능한 전력원 중에서 가장 저렴하다. 우리나라의 경우 원전 생산 전기의 판매단가는 39.7원/㎾h에 불과해 석탄과 LNG, 수력 발전비용보다 훨씬 싸다. 또한 ㎾h당 CO쐝 배출량이 10g에 불과하여 화력발전소 배출량의 100분의 1 수준에 불과한 깨끗한 에너지원이다.  우리나라는 1978년 최초 원전건설 이후 단 한 번도 중대사고 없이 원전을 안전하게 운영해 오고 있어 안전성 측면에서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하고 있다. 중동 국가들은 이러한 우리 원전의 안전성과 건설 노하우를 높이 평가하고 있다. 우리가 UAE에 수출하는 한국형 원자로의 경우 건설비용 및 기간 측면에서 경쟁사들보다 월등한 위치에 있다. 한마디로 우리는 중동 산유국들이 필요로 하는 원자력이라는 대체에너지원을 보다 안전하고, 보다 저렴하게, 그리고 보다 신속히 제공할 수가 있는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건설과 석유로 맺어진 지난 40여년 동안의 한국과 중동관계는 원자력이라는 신에너지원을 통해 보다 새로운 협력의 길로 나아갈 때가 되었다. 과거 우리가 중동에 주로 에너지를 의존했지만, 이제는 우리가 원전 건설과 운영에 도움을 줘 보다 실질적인 상호호혜의 관계를 구축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킹 압둘라 원자력 및 재생에너지원'의 야마니 원장 방한과 한ㆍ사우디 원자력협정 서명은 한국과 사우디아라비아 간 새로운 미래 에너지 협력방향을 제시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한동만 외교통상부 국제경제국장<ⓒ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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