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영식 기자] 프랑스 칸에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린 3일(현지시간) 유럽 주요국 증시는 큰 폭으로 상승 마감했다. 유럽과 세계를 놀라게 했던 그리스의 2차 구제금융안 수용 여부에 대한 국민투표 실시가 철회되는 쪽으로 기울었고, 유럽중앙은행(ECB)의 기준금리 동결이 결정적인 호재로 작용했다.이날 유럽 증시 기준(벤치마크)인 STOXX유럽 600지수는 242.20으로 2.1% 상승했다. 영국 런던증권거래소 FTSE100지수는 전 거래일대비 1.12%(61.54포인트) 상승한 5545.64에, 프랑스 파리거래소 CAC40지수는 2.73%(84.88포인트) 오른 3195.47에 거래를 마쳤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증권거래소 DAX30지수는 2.81%(167.55포인트) 오른 6133.18을 기록했다. 은행들의 강세가 두드러졌다. 내셔널뱅크오브그리스가 11% 올랐고 알파뱅크SA가 15% 올랐다. BNP파리바는 7.5%, 코메르츠방크는 5.5% 올랐다. 독일 만(Man) 그룹은 기대 이상의 실적을 발표하면서 2.4% 뛰었고 케이블앤와이어리스커뮤니케이션이 7.8% 상승했다. 네덜란드 ING그룹도 9.4% 올랐다.◆ ‘수퍼 마리오’, 화려한 구원 등판 = 그리스 정부가 국민투표 실시를 놓고 내홍을 거듭하면서 그리스 국채는 2년물 수익률이 100%를 사상 처음으로 100%를 돌파했고 이탈리아·스페인·포르투갈 국채 수익률도 최고치로 급등했다. 그러나 예상을 뒤엎고 전격 발표된 ECB의 기준금리 인상 결정이 유럽 증시를 결정적으로 반등시켰다.ECB는 3일 마리오 드라기 신임 총재의 취임 후 첫 통화정책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1.50%에서 1.25%로 0.25%포인트 인하한다고 발표했다. 대부분 동결을 예상했던 시장 전망을 깬 조치였다. 유로존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지면서 ECB는 두 차례 기준금리를 인상했으나, 부채위기 심화와 세계경제 둔화 조짐으로 다시 금리를 낮추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드라기 총재는 유로존 경제가 침체 위기에 처해 있다면서 강력한 경기 부양의지를 표명했다. 드라기 총재는 “세계 경제와 금융시장 사정 악화로 올해 하반기 이후 유로존의 경제성장 전망을 현저히 하향 조정할 수 있다”면서 “현재 관찰되는 성장세가 느리며 연말까지 완만한 폭의 경기침체 국면으로 들어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드라기 총재는 “유로존 인플레이션은 관리목표치 2%를 웃돈 3%로 여전히 강하다”면서도 “부진한 경제성장이 중기적으로 유로존 인플레이션 압력을 경감시킬 것”이라고 말해 인플레 저지보다 경기부양 쪽에 더 무게를 두었다.그러나 드라기 총재는 “ECB는 재정위기에 빠진 정부를 위한 최후의 보루가 아니다”라면서 국채매입 확대 요구에 분명히 선을 그었다. 유로존 부채위기가 확산 양상을 보이면서 ECB는 EU 등으로부터 사태 해결을 위해 더 많은 역할을 맡아야 한다는 요구를 받고 있으며, 이에 따라 유로존 재정위기국들의 국채 매입에 나서고 있다. 드라기 총재는 “ECB가 책임질 수 없는 것”이라면서 “ECB의 본연의 업무는 중기적 차원에서 유로존의 물가안정을 유지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ECB의 국채매입 프로그램은 세 가지의 특징 아래 진행될 것이며, 첫째는 한시적으로, 둘째는 제한적인 규모로, 셋째는 통화정책 기능의 회복이라는 전제 아래 이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하워드 아처 IHS글로벌인사이트 유럽지역 책임이코노미스트는 “드라기 총재가 첫 무대부터 과감한 ‘한 수’를 뒀다”면서 “그는 망설임없이 단호한 조치를 취할 것임을 보여 줬으며, 이는 지금같은 상황에서 절실히 필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리스는 ‘국민투표 철회’로 = 게오르기오스 파판드레우 그리스 총리는 그리스 2차 구제금융 지원안을 국민투표에 부치려는 제안을 철회할 수 있으며, 과도 내각 구성을 위해 야당과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파판드레우 총리는 이날 긴급 소집한 내각회의에서 “내각불신임과 조기총선 실시는 그리스의 디폴트 가능성을 더욱 크게 만들 것”이라면서 사퇴설을 공식 부인하는 한편, “지금 그리스는 실질적인 합의인가, 아니면 국민투표인가의 딜레마에 처해 있다”면서 “야권이 구제금융 수용을 위해 대화에 나서고 합의에 이를 수 있다면 국민투표는 필요하지 않다”고 말했다.유럽 장 마감 후에는 에반겔로스 베니젤로스 그리스 재무장관이 2차 구제금융 지원에 대한 국민투표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베니젤로스 장관은 아테네에서 의회 연설을 통해 “국민투표를 추진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빠른 시일 안에 EU)·국제통화기금(IMF)·ECB 트로이카 채권단과 협의를 시작해야 하며, 2차 구제금융안 수용을 위해 의회 표결에서 최소 필요 찬성표 180명을 얻어 통과시켜야 한다”고 언급했다.스테판 에콜로 마켓시큐리티즈 책임투자전략가는 “시장의 시각에서 이는 좋은 소식”이라면서 “어떻게든 불확실성이 제거되고 긴축안의 이행에 한걸음 더 다가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김영식 기자 grad@<ⓒ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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