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을 원한다면 '외로움'을 활용하라

[아시아경제 성정은 기자] 조선 후기 실학자인 정약용이 전남 강진으로 유배를 간 건 그가 마흔 살이던 1801년의 일이다. 정약용은 당시 친구에게 보낸 편지에서 이렇게 전한다. '7년 동안 유배지에 낙척하여 문을 닫아걸고 지내다 보니, 노비들조차 나와는 함께 서서 이야기도 하려 하지 않더이다.' 이 편지엔 하루아침에 죄인이 돼버린 그의 심정이 얼마나 먹먹했는지가 그대로 드러난다. 유배지에서 홀로 남겨진 그를 찾아온 건 '외로움'이었다. 그런데 여기서 바로 반전이 시작된다. '보이는 것은 하늘 빛깔뿐이고, 밤새도록 들리는 것이라고는 벌레 울음소리뿐'인 외로움을 안고 그는 '논어', '맹자', '시경', '목민심서' 등을 펴낸다. 모두 정약용의 역작으로 꼽히는 작품들이다. 정약용은 그렇게 '외로움'을 자기 발전의 발판으로 삼았다. '외로움'을 업적으로 승화시킨 이들은 정약용 말고도 많다. 예수가 그랬으며, 부처와 공자, 소크라테스, 레오나르도 다빈치, 루소도 그랬다. 스위스 출신의 피에르 렌치니크 박사의 연구에 따르면, 부처와 레오나르도 다빈치, 루소 등은 고아였다. 몸과 맘을 둘 곳조차 없던 이들은 외로움을 딛고 도약에 성공했다. 외로움이 그들만의 '깊이'를 만들고, 또 '이해'를 만들었던 것이다.지난 2006년 '배려'를 출간한 뒤 25개월 만에 밀리언셀러 작가에 오른 '뒷모습 관찰가' 한상복씨는 '외로움'에 대한 색다른 접근을 시도한다. 그는 "외로움 속에 머물면 '깊이'와 '이해'가 생기는 법"이라며 "외로움을 파고드는 과정에서 얻은 인간에 대한 통찰력은 목표한 바를 이루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분석한다. 사람은 외로움을 거치며 성장하기 때문에 이따금씩 '심리적 고아 상태'를 경험해볼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한씨는 또 "외로움 안에 머물며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가는 사람들은 다른 누군가를 닮으려 하지 않으며 언제나 자기 본질에 충실하다는 점에서 두드러진다"며 "이런 과정을 겪으면서 외로움의 깊이와 영혼의 깊이가 비례한다는 깨달음을 얻게 되는 것"이라고 말한다. '지금 외롭다면 잘되고 있는 것이다'에서 그는 이 외로움을 키워드로 한 가지 조언을 더 건넨다. 아무리 친한 사람이라고 해도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외로움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 그 조언이다. 사람 사이에 외로움이라는 틈이 있어야 서로 홀로 설 수 있고, 그 관계도 조화로운 균형을 이룬다는 게 한씨의 설명이다. 외로움을 혼자 있는 '고통'이 아닌 혼자 있는 '즐거움'으로 바라보는 그의 이야기는 따뜻하다. 지금 외롭다면 잘되고 있는 것이다/ 한상복 지음/ 위즈덤하우스/ 1만3500원성정은 기자 jeun@<ⓒ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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