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가는길...아프리카에서 찾다
▲김진겸 SC동북아 총괄헤드<br />
2007년 SC제일은행 부행장으로 입사해 지난2월 홍콩으로 왔으며 SC홍콩에서 일하는 한국인 30여명 중 한사람이다.
▲줄리안 퐁 SC 아시아CFO<br />
은행생활 30년 중 17년을 SC홍콩과 SC싱가포르에서 근무했다. SC아시아지역 재무관리본부를 총괄하고 있다
[아시아경제 조목인 기자] #지난해 2월 스탠다드차타드(SC)는 아프리카 남단 국가인 앙골라에 첫 지점을 열었다. 앙골라는 가나, 나이지리아, 케냐 등에 이어 아프리카에서 SC가 진출한 14번째 나라다. SC는 이곳에 지점을 열기 위해 7년 동안 철저한 분석과 고민을 했다. 앙골라는 아프리카에서 세번째로 큰 경제 대국이지만 문맹률이 여전히 높다. 앙골라 전체 인구의 15% 정도만이 금융서비스를 이해하고 이용하고 있다는 게 SC의 고민이었다. 지점 개설에 걸림돌이 많았고 내부 반대도 거셌다. #2009년 말 한국은 400억 달러 규모의 아랍에미레이트(UAE) 원자력발전소 건설 공사를 따내면서 원전 강국 대열에 합류했다. 원전 강대국들과 경쟁 끝에 이뤄난 쾌거로 UAE 원전 수주는 우리에겐 '역사적인 사건'이었다. 당시 원전 수주는 SC와도 연관이 있다. SC는 UAE 원전 건설과 관련해 한국의 자문은행으로 선정돼 파이낸싱 역할을 맡게 됐다. UAE 자문은행은 HSBC, 크레디트스위스은행이다. 불과 5~6년 전 국내 대형은행 정도의 규모이던 SC가 얼마만큼 성장했는지를 보여준 것이다. 줄리안 퐁 SC 아시아지역 CFO(최고재무책임자)는 "SC의 국제적 인지도와 네트워킹을 인정받은 사례"로 꼽았다.앙골라는 아프리카 내에서 대(對)중국 무역액의 25%를 차지하는 최대 교역국이다. SC는 이 나라에 진출한 중국 기업을 눈여겨봤다. 오랜 고민 끝에 결국 SC는 수익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이나 보츠와나, 나이지리아, 케냐 등 이웃 국가들에 이미 진출해 있다는 점도 강점으로 꼽혔다. 아프리카 시장에 대해 축적된 '노하우'의 활용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아프리카에 진출하면서 결국 중국을 동시에 본 셈이고 이미 진출해 있던 인접국 지점과의 시너지도 염두에 둔 것이다.김진겸 SC글로벌마켓 동북아지역 총괄헤드는 "지속적으로 시장의 가능성을 주시하고 철저하게 시장을 분석한 후 기존의 경험과 지식을 가지고 비즈니스를 시작하는 것이 SC의 국제화 전략"이라며 말했다. 철저한 분석과 그에 따른 데이터를 바탕으로 보수적으로 접근해 당장은 느린 것 같지만 결정이 신중한 만큼 확신을 가지고 나서는 것이 글로벌 전략인 셈이다.SC의 아프리카행(行)이 '진행형'이라면 무한한 성장 잠재력을 지닌 인도에서는 뚜렷한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인도는 11억9700만 달러의 세전 이익을 달성하면서 처음으로 홍콩을 제치고 단일국가로 SC에게 가장 많은 수익을 안겨줬다. 인도에 진출한 지 152년 만의 일로 불과 몇 년 전부터 수익을 내기 시작했으니 그다지 내세울 만한 성과가 아닐 수 있다. SC가 인도시장에서 흑자를 낸 것은 2004년 ANZ그린드레이즈 은행을 인수한 이후부터로 국내은행들이 눈여겨 볼 대목이다.SC는 올 상반기 인도의 인플레이션과 경상수지 적자 등을 감안하면 올해는 다시 홍콩이 1위 탈환해 성공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인도에서의 성공은 SC내에서 홍콩과 인도 사이의 치열한 경쟁을 불러왔다. SC는 내년에는 진출 지역의 확대보다는 안정성과 중국 등지의 시장점유율 확대로 전략 무게를 뒀다. 줄리안 퐁 CFO는 "아시아에서의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것이 최우선이고 다양한 규제로 활발한 진출이 어려운 중국에서의 사업 확장이 내년 SC의 가장 큰 목표"라고 말했다.SC는 이제껏 중국에 19개 지점과 52개 출장소를 열었다. 규모는 작지만 HSBC에 이어 외국 은행 중에서 두번째로 큰 규모고 위안화 크로스보더(국가간 거래)는 중국 시장에서 점유율 3위를 기록하고 있다. 각종 규제가 심한 중국시장에 외국은행이 진출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김진겸 총괄헤드는 "중국은 지점을 열 때 비용이 가장 많이 드는 나라 중 하나"라며 "중앙정부뿐 아니라 지방정부의 규제도 심하고 다양한 라이센스를 취득해야하는 등 지점 개설이 복잡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시아지역에 새로운 지점이나 오피스를 연다면 지리적 리스크나 이미지 리스크는 물론 특히 초기 3~5년간의 코스트(비용)에 대한 관심을 많이 둬야 한다"며 "진출 후 5년간 어떤 비용이 얼마나 들지, 현금 흐름을 어떨 지에 대해 고민해야 하고 보수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아시아 시장 진출 초기 단계인 국내 은행들에 조언했다. SC홍콩에서 만난 임원들은 150년 역사의 SC가 가진 글로벌 전략 노하우로 철저한 현지화(localization)와 네트워킹를 꼽았다. 그 시장에 진출해 지역은행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것이다.네트워킹이란 한국인이 홍콩에 가서 사업을 하면서 홍콩에 계좌를 열려고 한다면 한국의 SC제일은행 메니저에게 말하면 된다는 식이다. 그러면 홍콩과 바로 연결돼 다양한 서비스를 편하게 받을 수 있다.SC는 내년 그룹 전체에서 1000여명을 채용할 계획이다. 특히 중국 현지 채용 비중이 가장 높다. 국내銀 국제화 아직 먼길, 기업과 동반 진출 노려라
▲홍콩섬 센트럴지역 금융가에 위치한 SC홍콩 본사
국민·우리·신한·하나은행 등 국내 4대 은행의 지난해 말 '초국적화지수(TNI)는 2.7%로 2009년에 이어 제자리 걸음이다. USB 76.5%와 HSBC 64.7%, 씨티은행 43.7%와 비교 자체가 무의미할 만큼 차이가 난다. 초국적화지수는 은행의 총자산과 이익, 인원에 대해 해외점포가 차지하는 비중을 나타낸 것이다. 통상 은행들의 국제화 수준을 보여주는 데 쓰인다. 100%에 가까울수록 국제화 수준이 높은 것으로 해석된다. 국내은행의 해외진출 중요성은 틈 날때마다 강조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국내 대형은행 해외 진출 전략부서의 한 부서장은 익명을 전제로 솔직한 얘기를 꺼냈다.HSBC나 스탠다드차타드(SC) 등 다국적 은행들의 역사가 선진국의 식민지 개척 역사와 함께 하는 것과 달리 우리에겐 그런 역사가 없다는 것이다. 산탄데르은행의 역사는 스페인 제국주의 역사와 뗄 수 없고 스페인의 점령지였던 국가에는 어김없이 산탄데르은행이 진출해 있다. 달러나 엔화, 유로화의 통화에 비해 원화가 국제 금융에서 차지하는 역할이 적은 것도 무시할 수 없는 이유로 꼽았다. 국내은행들이 '태생적 한계'를 갖고 있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아직 시간과 노력이 더 필요하다는 게 이 부서장의 설명이다.그렇다고 타고난 환경만을 탓 할 수는 없는 법. 그는 국내 은행들이 해외로 나가는 루트를 '산업화 경로'로 정의했다. 고객과 수익성 등의 기반이 있어야 그 나라에 진출할 수 있기 때문에 우리 기업들이 해외영업을 할 때 은행들도 따라 나가게 된다. 국내은행의 해외지점이 주로 중국과 베트남에 편중돼 있는 것도 같은 이유다.1970~80년대 일본은행들이 해외에 많이 진출한 것도 일본 기업의 활발한 해외진출과 엔화의 역할 때문이었다.조목인 기자 cmi0724@<ⓒ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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