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민진 기자, 조목인 기자] 영국에 본사를 둔 글로벌 금융기업 스탠다드차타드(SC)가 한국에서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나섰다.SC계열 SC제일은행은 6일 오후 본부장급 이상 임원 150여명을 본사로 불러 '자발적인 명예퇴직' 신청을 권고했다. 이날 저녁 서울 종로구 SC제일은행 본점에서 열린 회의에서 리차드 힐 SC제일은행장은 임원들에게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조직 슬림화와 인사적체 해소를 위한 임원급의 명예퇴직(ERP, early retirement payment)' 신청을 주문했다. 국내에서 본부장(상무대우)~부행장급의 전(全) 임원을 대상으로 하는 명예퇴직을 접수받는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SC제일은행은 이르면 7일께 구체적인 명예퇴직 조건을 제시할 예정으로 이달 중 신청 접수를 완료한다는 방침이다.SC제일은행 내부에서는 임원급에서 시작된 인력감축 바람이 일반 직원들에게까지 확대될 가능성에 대해 염려하고 있다.국내에 진출해 있는 외국계 은행 중 가장 많은 점포(392개)를 보유하고 있는 SC제일은행이 임원 명예퇴직에 나서면서 다른 외국계 은행을 비롯한 국내 은행들에까지 구조조정 바람이 확산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HSBC, 한국씨티은행 등 다른 외국계 은행들이 국내에선 아직 구체적인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하지는 않았지만 유럽과 미주, 홍콩 등지에서는 대규모 인력감축에 나서고 있는 게 현실이다.HSBC는 최근 미국, 유럽을 중심으로 2013년까지 전세계에서 직원 3만명을 감원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7월에는 영국 소매금융부문 직원 700여명을 해고 했다. 뉴욕북부지역지점 195개를 현지금융사에 매각하고 캐나다 자산운용부문 매각, 러시아 소매금융시장 철수 계획도 추진하고 있다. 한국내 11개 지점을 매각하는 등 소매금융 사업 철수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한국 HSBC에서는 "노코멘트"로 일관하고 있다.미국 뱅크오브아메리카(BoA)와 스위스 은행들도 각각 4만명과 1만명 규모의 감축 계획을 발표했다.블룸버그에 따르면 올 들어 50대 글로벌 은행들에서 발표된 인력감축 규모 6만명이 넘고 전 세계 은행들을 통틀어서는 10만명을 육박하는 수준이다.국내 은행들의 경우 사정이 다르지만 안심할 수 만은 없다는 분위기다. 하나은행은 지난달 비교적 규모가 큰 378명을 명예퇴직시켰고 카드분사를 앞두고 있는 우리은행도 현실적인 여건만 아니라면 올해 명예퇴직 규모를 늘려야한다는 분위기다.우리은행 관계자는 "현재 부지점장이 2000명인데 올 봄에 항시희망퇴직제도를 신청한 사람은 145명에 불과하고 인사적체가 심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다만 국내 은행들이 올해 사상 최대 수익 달성 가능성이 높고 정부에서도 공생과 고용확대 등을 강조하고 있어 섣불리 인력감축에 나설 상황은 아니다. 그러나 유럽 재정위기와 금융권 불안이 장기화된다는 관측이어서 체력비축과 조직 재정비 차원에서 은행들이 상시 명예퇴직 규모 확대를 검토할 가능성이 높다.임원급 명예퇴직 접수를 시작한 SC제일은행의 경우도 슬림한 조직체계로 전환해 유럽발 재정문제 등 외부 위기에 대비하고 사내에 퍼져있는 직급 인플레이션을 정비하겠다는 계산에서 인력감축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김민진 기자 asiakmj@조목인 기자 cmi0724@<ⓒ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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