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끓는 세계 - 답이 없다

-그리스, 잉크없어 고지서도 못보내-FT 최악상황 표현..獨 내분에 재정안정기금 통과 불투명 '설상가상'[아시아경제 이공순 기자]세계가 들끓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28일(현지 시각) 다시 “유럽의 지도자들이 부채 위기에 제대로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나서, 이달 초부터 격화되어 온 미국-독일 재무장관들의 설전에 한걸음 수위를 높였다. 또 유럽재정안정기금(EFSF) 표결을 앞두고 있는 독일에서는 안젤라 메르켈 총리 연정 내의 내분으로 법안 통과가 불투명해졌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28일 보도했다. 이와 함께 파이낸셜타임스(FT)는 독일 등 일부 유럽국가들의 민간 부문 보유 그리스 국채에 대한 손실률 재조정을 요구에 대해, 유럽계 은행권의 반발이 격렬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FT는 RBS의 수석이코노미스트인 쟈크 칼리오의 말을 인용, “만일 유로존 국가들이 지난 7월의 민간부문 손실부담율(21%) 재조정에 나선다면, (은행들은) 재협상보다는 아예 계약 자체를 파기해 버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따라 다소 진정 기미를 보이던 유럽의 부채 위기 해결 전망이 다시 안개 속으로 접어들었다. 또 이탈리아 유니크레딧 은행의 증권담당 책임자인 아틸라 살라이-베르제비치는 헝가리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유로화는 사실상 죽었다”면서 “그리스의 디폴트는 즉각 진도 10의 강진으로 전 유럽을 덮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ECB의 전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오트마르 이싱은 “그리스는 재정긴축을 시행해도 부채를 갚을 수 없으며, 유로존을 떠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면서 “그리스 국채의 원금손실율은 50%에 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여기에 월스트리트의 분석가들은 잇따라 세계 동시 불황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으며,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디플레이션’의 위험을 경고하고 나섰다. 미국의 경제전문방송 CNBC는 모건스탠리의 미국 증권전략 수석책임자인 아담 파커가 고객에게 보내는 노트에서 “디플레이션이 가시화되는 전세계적 동시 불황의 전개“ 가능성을 우려했다고 보도했다. 또 쇼트힐스캐피탈의 스테픈 바이스는 ”이번 위기가 지난 2001년이나 2008년 보다 더 나쁠 수도 있다“고 지적했고, 골드만삭스의 데이빗 코스틴은 ”유럽의 부채 위기, 미국의 재정적자, 중국에서의 경제활동 둔화 소식이 뒤덮고 있다“면서 ”피할 곳이 없다“고 말했다. 뉴웨지 그룹의 파생 전략가인 알렉 레바인은 ”부채 위기가 지연될 수록 시장은 유럽 국가들이 그리스 디폴트 문제를 해결 못 한다고 믿을 것“이라면서 ”시간은 정책 결정자들의 편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버냉키 총재는 이날 한 컨퍼런스에서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가 줄어들고 있으며, 디플레이션의 위험이 있다“고 밝혔다고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버냉키 총재의 이같은 발언은 이달 초의 ‘경기 부진 지속화’ 인정에 이어 나온 것으로 미묘한 입장 변화를 보이는 것으로 풀이된다.이와 함께 미-중 관계도 점차 악화되고 있다. 미국 의회가 중국 위안화 환율과 무역제재를 연계시키는 법안을 논의중인 가운데, 월가에서는 미-중국간의 외교마찰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높아가고 있다. 뉴욕 소재 BTIG의 수석 세계전략가인 단 그린하우스는 ”원자재는 압살당하고 있다“면서 ”오바마 대통령이 통화 측면에서 중국을 잡으러 나섰다는 얘기가 시장에 돌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CNBC가 보도했다. 제3세계도 결코 조용하지 않다. 프랑스의 유엔 특사는 이란이 핵개발 계획을 중단하지 않는다면, 군사적 조처를 취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로이터통신이 보도했고, 이란은 페르시아 영해에서 미국 전함들이 작전을 계속한다면, 이란 군함을 미국 근해에 파견하겠다고 경고했다. 전 지구적인 동요의 한 가운데 서있는 그리스에서는 정부의 구제금융 조건 수용에 반대하는 각계의 파업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주 세무공무원의 파업에 이어 운수노동자 파업으로 아테네의 대중교통이 완전 중단되었고, 오는 10월 초 대규모 전국적 총파업이 예고되어 있다. 독일이 그리스의 도로와 항만, 공항, 부동산을 매각하여 빚을 갚으라고 독촉하는 가운데, 그리스 부수상은 “그리스의 과세 능력은 완전히 한계에 달했다”며 더 이상 세금을 통한 긴축재정이 불가능하다고 고백했다. 그리스의 상황은 다음의 단 한 줄로 요약할 수 있다. FT 보도에 따르면 “그리스 세무당국이 잉크가 없어서 지난 10일 동안 세금고지서를 발행하지 못하고 있다”. 이공순 기자 cpe101@<ⓒ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국제부 이공순 기자 cpe101@ⓒ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