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유리 기자]'검은 금요일'이었다. 23일 코스피가 103포인트 급락, 1700선을 무너뜨리며 종가 기준 연 중 최저치 기록을 다시 썼다. 종 전 기록은 지난달 22일 종가 1710.70이었다. 외국인과 기관이 합심해 '팔자'를 외쳤고 주요 업종 및 종목은 속수무책으로 빠졌다. 간밤 유럽 및 뉴욕증시 역시 급락을 면치 못했다. 시장은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시장이 예상하고 있던 경기부양 대책을 발표한 것 보다 연방준비제도가 '경기 하강 리스크'를 역설한데 더 크게 반응했다. FOMC 이후 지난달 글로벌 증시를 공포에 떨게 했던 더블딥(이중침체) 우려가 재부각 된데다 유로존 은행들에 대한 신용경색 우려가 짙어지면서 설상가상의 상황이 연출됐다. 유럽에서는 주요은행 투자자들이 대거 예금 인출에 나서며 뱅크런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소식이 들렸고, 유로존 은행들은 자금난을 해결하기 위해 중동 자금에 손을 벌리고 있다는 소문까지 돌았다. 투자심리는 크게 악화됐고 간밤 유럽 및 뉴욕증시 역시 3~4% 급락했다. 코스피도 무사하지 못했다. 이날 1736.38로 단숨에 40포인트 이상 빠지며 시작한 코스피는 낙폭을 지속적으로 확대하며 1700선을 위협하다 오후 들어 낙폭을 소폭 만회하는 모습을 보였다. 오후 1730선을 회복하기도 했던 지수는 장 후반 외국인의 '팔자' 확대 등에 힘입어 낙폭을 급격히 키우며 1700선을 무너뜨렸다.이날 코스피는 전날보다 103.11포인트(5.73%) 급락한 1697.44를 기록했다. 코스피가 100포인트 이상 낙폭을 기록한 것은 지난달 19일 115.70포인트가 빠진 이후로 처음이다. 하락율 역시 지난 19일 6.22% 하락 이후 가장 높다. 개인은 폭락장에서 저가 매수세를 가동시켰다. 개인은 이날 9074억원어치를 사들였다. 지난달 10일(1조5559억원) 이후 최대 규모다. 외국인과 기관은 좀 더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이날 외국인은 6761억원, 기관은 2226억원어치를 팔았다. 기관의 경우 보험(1673억원)을 비롯해 증권(915억원), 투신(736억원), 사모펀드(235억원) 등에서 '팔자'세를 나타냈다. 기금은 이날 역시 1271억원어치를 사들이며 13거래일째 '사자' 행진을 이어갔다.선물 시장에서는 개인과 기관이 각각 2282계약, 7289계약을 사들였으나 외국인이 1조계약 이상을 팔아치웠다. 프로그램으로는 6000억원이 넘는 매도 물량이 나왔다. 프로그램은 차익 5011억원, 비차익 1008억원 순매도로 총 6020억원어치를 팔았다. 주요 업종들 가운데서는 철강금속이 업종지수만 7.72% 폭락했다. 의료정밀과 건설업, 운수창고 역시 각각 7.24%, 7.77%. 7.97% 내렸다. 종이목재, 기계, 금융업, 은행, 증권 등은 6% 이상 급락했으며 화학, 의약품, 운송장비, 유통업, 서비스업, 제조업 등도 5% 이상 하락을 면치 못했다. 통신업만이 급락장에서 0.31% 상승하는 모습이었다.시가총액 상위주들 역시 낙폭이 컸다. 신한지주(-9.06%), KB금융(-7.24%) 등 은행주들을 비롯해 현대중공업(-8.12%), SK이노베이션(-8.54%), 삼성물산(-8.53%) 등도 7~9% 급락했다. 삼성전자(-4.05%)를 비롯해 현대차(-4.83%), 포스코(-6.22%), 현대모비스(-4.39%), 기아차(-5.45%), LG화학(-5.66%), 삼성생명(-4.60%) 등도 일제히 내렸다. 시총 100위권 내의 대형주들 가운데서는 SK텔레콤(1.37%), 엔씨소프트(0.15%), LG유플러스(7.82%), 락앤락(0.41%) 등 4종목 만이 올랐다. 이날 코스피 시장에서는 3종목 상한가를 비롯해 단 51종목만이 올랐다. 13종목 하한가를 포함 832종목은 내림세를 나타냈다. 20종목은 보합.코스닥 역시 급락세를 면치 못했다. 코스닥은 전날보다 24.90포인트(5.28%) 내린 446.51을 기록했다. 원·달러 환율은 장 막판 급등세를 진정시키며 전장보다 13.80원 내린 1166.00으로 거래를 마쳤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장중 1196원까지 급등했다가 당국의 개입 등에 따라 1150원까지 하락하는 등 요동치는 모습이었다.김유리 기자 yr61@<ⓒ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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