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총체적 관리부실이 빚은 '정전테러'

9ㆍ15 정전대란은 한마디로 어이없는 사고였다. 발전소가 부족한 것도, 원전이 갑자기 가동을 멈춘 것도 아니었다. 전력비상 상황은 끝났다며 안이하게 판단한 게 시발점이다. 늦더위 속 에어컨 사용으로 전력소비가 급증하자 여유가 있는데도 당황해 예고없이 단전 조치를 취한 것이었다. 지식경제부, 한국전력, 전력거래소, 한전의 발전 자회사 등 전력공급을 책임지는 기관들의 총체적인 무사안일과 관리부실이 빚은 정전테러였다.  먼저 전력수요 예측이 안이했다. 이미 예고된 대로 늦더위가 계속되는데도 지식경제부는 지난 7일 올 여름 전력부족 사태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자화자찬하는 자료를 내놓고 방심했다. 추석연휴가 끝나고 기업체들이 정상 가동에 들어갔는데도 비상체제를 발동하지 않았다. 단전사태를 빚은 그 시각 발전소 25기(원전 3기 포함)가 한꺼번에 정비에 들어가 있었다. 25기의 발전용량은 834만㎾로 절반만 가동됐어도 비상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을 게다. 위기관리도 엉망이었다. 어제 오후 2~3시 평균 예비전력은 343만㎾로 비상 매뉴얼상 단전 단계인 100만㎾에 못 미치는데도 전력거래소는 오후 3시 11분 초 단위 예비전력이 148만㎾로 떨어지자 지경부 승인도 없이 단전 조치부터 취했다. 지경부와 협의하며 신중하게 움직였더라면 대혼란을 초래하진 않았을 게다. 매뉴얼은 예비전력이 400만㎾ 미만으로 떨어지면 발전소 가동을 늘리거나 절전을 유도하는 등 액션플랜을 취하도록 되어 있다. 단전 조치 자체가 오판이었을뿐더러 마땅히 함께 취해야 할 예고와 안내방송마저 없었다. 소방방재청은 피해가 이미 심각한 오후 4시 52분에야 승강기와 전기기구 사용을 자제해달라는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국가 재난 주관방송 KBS는 정전 사태를 알리고 대응책을 안내하는 재난방송 체계를 가동하지 않았다. 뉴스특보도 없이 정규 프로그램에 자막 처리하는데 그쳤다. 원전을 수출한다는 대한민국에서 벌어진 후진적인 사고로 산업현장의 피해가 막심하고 국민이 큰 불편을 겪었다. 정부는 이번 정전사태의 책임 소재를 분명히 가리고 위기관리 시스템을 재정비해 확실한 재발방지 대책을 세워야 한다. 지경부장관의 사과문 정도로 어물쩍 넘어갔다간 제2, 제3의 정전 테러로 나라경제 전체를 정전시킬 수 있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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