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페이스]제프리 베저스 아마존닷컴 CEO

[아시아경제 김영식 기자] 지난달 28일, 미국 텍사스주의 한 로켓 발사장에서 상업용 우주선 개발 벤처사업체 ‘블루 오리진’이 제작한 무인 우주로켓이 발사됐다. 그러나 야심차게 준비했던 이번 로켓 발사는 실패로 끝났다. 로켓에 이상이 생겨 지정된 궤도를 이탈한 것이다. 블루 오리진 측은 2일 성명을 내고 “4만5000피트 상공에서 로켓의 비행 안정성에 문제가 생겨 이에 자동 안전시스템이 작동되면서 모든 추진력을 제거하고 파괴됐다”고 밝혔다.블루 오리진은 미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닷컴(Amazon.com)의 제프리 베저스(47) 최고경영자(CEO)가 2004년에 설립했다. 무인로켓 역시 베저스의 투자로 제작된 것이다. IT업계의 손꼽히는 백만장자인 베저스가 다소 엉뚱하게도 우주사업에 나선 이유는 도전을 즐기는 그의 인생에서 찾을 수 있다. 베저스는 1964년 뉴멕시코에서 태어났다. 원자력에너지 위원회에서 일했던 할아버지와 엑슨(Exxon, 현 엑슨모빌)에서 엔지니어로 근무한 아버지의 영향으로 그는 어렸을 때부터 기술분야에 큰 관심을 가졌다. 프린스턴대학에서 전자·컴퓨터공학을 전공한 베저스는 1986년 졸업한 뒤 월가의 금융업체 뱅커스트러스트에 입사해 자산관리업무용 전산체계 등을 개발해 최연소 부사장까지 올랐고 투자회사 D.E.쇼앤컴퍼니에서도 일했다. 그러나 베저스는 1994년 안정된 보수의 직장을 박차고 나왔다. 뉴욕에서 시애틀까지 자동차를 몰고 장거리 여행을 떠나 ‘괜찮은’ 사업 아이디어를 정리한 그는 부모로부터 30만달러를 빌려 자신의 창고에서 온라인 서점 ‘카다브라’를 세웠다. 아마존닷컴의 시작이었다. 이름을 바꾼 아마존은 놀라운 속도로 성장해 나갔다. 창업 4년만에 6억달러가 넘는 매출을 올리면서 반즈앤노블 등 쟁쟁한 오프라인 대형서점을 누르고 전세계 160개국에 진출하는 등 ‘세상에서 가장 큰 서점’으로 떠올랐다. 억만장자가 된 베저스는 1999년 타임이 선정한 올해의 인물로 꼽히기도 했다. 그러나 시련도 닥쳤다. 2000년대 들어 ‘닷컴버블’ 붕괴가 온 것이다. 인터넷 서점 아마존도 주가 대폭락의 폭풍을 피하지는 못했다. 재고가 쌓이며 적자가 누적됐고 아마존의 주가도 곤두박질쳤다. 베저스는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아마존을 온라인 서점에서 모든 종류의 제품을 망라한 종합쇼핑몰로 탈바꿈시켰다. 결국 아마존은 살아남았고 미국 최대 온라인 마트로 발돋움하는 데 성공했다.베저스는 일선에서 물러난 애플의 스티브 잡스 CEO에 못지않는 미국 IT업계의 대표적인 혁신의 상징으로 꼽힌다. 아마존의 전자상거래 모델은 면대면(Face to face) 형태에 머물렀던 기존의 소매업 형태를 데이터베이스 집적형으로 완전히 개념을 바꿔 놓은 것으로 평가받는다. 최초의 전자책(E북) 단말기 ‘킨들’을 내놓아 전자책 시장을 선점한 것도 빼놓을 수 없다. 베저스는 정보통신(IT) 기술이 편의와 유용함을 어떻게 대중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지 누구보다도 잘 아는 인물로 통한다.인터넷 상거래 업체의 CEO가 우주선 사업에 투자하는 것은 좀 유별나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베저스 말고도 민수용 우주선 사업에 뛰어든 CEO들이 많다. 마이크로소프트의 폴 앨런은 2004년 고도 37만7000피트까지 비행하는 ‘스페이스쉽원’ 프로젝트를 시작했고 버진그룹의 ‘괴짜 CEO’ 리처드 브랜슨도 저궤도우주선을 개발하는 ‘버진 갤럭틱’을 설립했다. 이들이 우주선 사업에 뛰어든 이유는 두 가지다. 우선 개발비용을 조달할 탄탄한 재력을 갖춘 것이 하나다. 또 민수용 우주선 사업은 이들이 처음 창업에 뛰어들었을 때처럼 전도유망한 ‘벤처’ 사업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베저스에게 우주여행은 어린 시절부터의 꿈이기도 했다.블루 오리진 관계자들은 현재 지상으로 떨어진 로켓의 잔해를 수거해 이상이 생긴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베저스는 “결과는 우리 중 누구도 원하지 않았던 것이지만 모두가 쉽지 않은 일임을 알고 시작했다”라면서 “블루 오리진 팀은 지금도 놀라운 성과를 내고 있으며 이미 다음 로켓의 제작에 들어간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의 도전이 이번에도 결실을 거둘 수 있을지 많은 이들이 지켜보고 있다.김영식 기자 grad@<ⓒ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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