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Mnet <슈퍼스타 K3> 지역 예선에는 기억에 남는 어머니들이 많았습니다. 오디션이 열리는 홀 문 앞에서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두 손을 모으고 기도하시다 함께 환호하거나, 혹은 낙담하는 자식을 보듬어 안고 위로하는 어머니들이 이번 시즌에서는 유달리 더 많이 눈에 띄었죠. 사실 기쁜 일이든 슬픈 일이든 가장 진심으로 감정을 공유할 수 있는 존재가 바로 부모님이 아니겠습니까. 아들로부터 “트로트 가수신데, 노래를 못하십니다”라는 직언을 듣고도 쿨하게 받아치시던 최영태 군의 어머니 정연실 씨도 기억에 남고요. LA 오디션의 넘치는 끼를 지닌 유나 킴. 그 어머니 역시 모전여전이라고, 기분 좋은 에너지가 가득한 분이셔서 보기 좋았어요. 그런가하면 청각장애를 지닌 부모님과 자신의 꿈을 위해 노래한다는 방희락 양의 어머니도 생각납니다. 합격 티셔츠를 들고 달려 나오는 딸에게 축하의 말 한 마디 건넬 수 없는 상황이니 누구보다 감정이 북받쳐 오르시지 않았을까요. 지난번 KBS <승승장구>에서 가수 조관우 씨의 아버지 조통달 씨도 “야가 뭔 죽을 일이 있다면 내가 대신 죽을 수도 있어요”라고 하셨지만 아마 오디션 장 앞에서 초초하게 기다리시는 대부분의 부모님들 또한 같은 심정이지 싶어요. 뭐라도 해서 힘을 보태고 싶지만 그저 밖에서 기다리기만 해야 하니 오죽 답답하실까요.<H3>로사 씨를 보고 있자니 눈물이 솟았습니다</H3>
어린 나이에 벌써 인생의 굴곡들을 감내해낸 로사 씨의 도전은 어느 누구보다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을 겁니다.
그리고 <슈퍼스타 K3>에는 자식이 아닌 어머니로서, 자신과 소중한 아이의 미래를 위해 어렵게 도전을 결심했을 참가자, 서로사 씨가 있습니다. 26세라는, 아직은 어린 나이에 벌써 결혼과 출산, 이혼이라는 인생의 굴곡들을 두루 감내해낸 그녀에게 이 도전은 어느 누구보다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을 겁니다. 별 탈이 없어도 혼자는 버거운 게 육아인데 이혼에 이은 조산과 아기의 뇌성마비 3급 판정이라니요. 그 힘든 시간들을 어떻게 견뎌냈는지 모르겠습니다. 제게 서로사 씨 또래의 자식들이 있어서일까요? “스물여섯 밖에 안 됐는데 왜 이렇게 아픈 경험들을 많이 했어요?”라는 심사위원 윤종신 씨의 물음에 입술을 꼭 한번 깨문 다음 담담히 속내를 털어놓는 그녀를 보고 있자니 목 안쪽이 따가워지며 눈물이 솟더라고요. 얼마나 극심한 고통의 나날이었을지 짐작이 되고 남아서 말이죠. 마음 아픈 사연임에도 애써 울음을 참는 모습이 더 안쓰러웠어요. 하지만 심사위원들은 서로사씨를 보고 고민에 빠진 것 같았습니다. 서로사씨의 자작곡 ‘꿈’은 진심이 배어 있는 좋은 노래였지만, 가창력은 물론 순발력과 창의력, 융통성까지 모두 필요한 슈퍼위크에서 서로사 씨가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지 의문이었을 테니까요. 박정현 씨가 먼저 “노래 쪽으로는 많이 약하세요. 작곡가 대회 이런 거였으면 합격을 드렸을 텐데요. 아, 저는 진짜 진짜 죄송한데 불합격입니다”라고 어렵게 결단을 내렸죠. <H3>행운의 네잎 클로버 같은 슈퍼패스였어요</H3>
그러나 이게 웬 일인가요. 가장 냉철한 심사를 하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던 성시경 씨가 극적으로 슈퍼패스를 쓴 거예요. “분명 오늘 한 퍼포밍은 탈락입니다. 하지만 제 눈에는 많은 호흡이 노래 안에 있어요”라며 성시경 씨가 준 슈퍼패스는 그저 오디션 프로그램 안에서의 한 단계 전진을 위한 기회만은 아닐 겁니다. 슈퍼위크 결과와는 별개로 앞으로도 한동안은 순탄치 않을 것이 예상되는 서로사 씨의 앞날에 마치 행운의 네잎 클로버와 같은 든든한 부적이 되어 줄 게 분명하니까요. 오디션 프로그램의 가정사를 드러내는 감동코드 연출을 거북하게 여기는 이들도 많다고 알고 있어요. 하지만 성시경 씨의 슈퍼패스처럼 힘겨운 누군가의 삶에 기적 하나를 선사한다면, 그도 결코 나쁘지 않다는 생각입니다. <슈퍼스타 K3>에서 뿐만 아니라 KBS <해피 선데이> ‘1박 2일’ 시청자 투어에서도 97세 되신 고조할아버님께서 어린 손녀 하은이를 사랑 가득한 눈길로 바라보시는 사진 한 장에 눈시울을 붉혔던 성시경 씨. 그 따스한 배려와 감성, 앞으로도 자주 볼 수 있길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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