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삼성ㆍLG 등 국내 정보기술(IT) 기업과 함께 한국형 운영체제(OS)를 개발하겠다고 발표했다. 구글의 모토로라 인수 이후 위기감이 고조된 IT 업계의 절박한 사정을 반영한 것이라지만 글로벌 시장 변화와 소프트웨어(SW) 생태계의 특성을 무시한 뜬구름 잡기식 제안 같아 보인다. 업계 반응부터 시큰둥하다. 의사결정 과정에서 관련 업체와의 사전 조율도 없었다. 아니나 다를까 정부 주도로 개발했다가 실패한 국산 PC OS인 K-DOS나 한국형 리눅스, 위피(WIPIㆍ한국형 모바일플랫폼) 꼴 날 수 있다는 지적이 벌써부터 나온다. OS 개발은 공장에서 뚝딱 만드는 제품이 아니고, 새로 나왔다고 여기저기서 갖다 쓰지 않는다. 삼성전자가 개발한 OS '바다'의 점유율은 아직 1.7% 수준이다. '한국형' '토종' 식의 발상도 글로벌 시대에 맞지 않다. 한국에서만 쓰는 스마트폰 OS라면 무슨 의미가 있나. 삼성ㆍLG가 중심이 돼 만든다 해도 이를 외국 기업이 받아 쓸까. 섣불리 접근했다간 토종 OS를 쓰는 국내 기업들이 글로벌 생태계에서 고립되는 자살골로 연결될 수 있다. 글로벌 IT 비즈니스 생태계는 애플이 아이폰과 아이패드로 세계 시장을 휩쓸고, 세계 1위 PC 업체 HP가 컴퓨터 제조를 포기하고 SW 올인을 선언하는 등 급변하고 있다. 2년 전 이명박 대통령이 "우리나라는 왜 닌텐도 같은 게임기를 만들지 못하느냐"고 지적했는데 네티즌들이 '명텐도'로 부르는 국산 게임기는 물론 일본 닌텐도마저 스마트폰에 밀려나는 게 현실이다. 글로벌 IT 산업의 핵심이 하드웨어(HW)에서 SW로 옮겨가고 있는데 우리 정부의 발상은 여전히 하드웨어적이다. 한국 IT 산업은 SW 분야에서 앞서 달리는 선진국과 HW 분야에서 추격하는 신흥 개발도상국 사이에 낀 샌드위치 신세다. 손상된 IT 코리아의 명성을 되살리려면 'SW 개발자=기술자'로 치부하는 고질적인 SW 홀대 인식부터 바꿔야 한다. 정부는 괜히 직접 SW 개발에 나서는 등 헛심 쓰지 말고 'SW 인재 30만명 양성'과 같은 IT 생태계 인프라 조성에 나서는 게 옳다. IT 기업들도 좁은 국내 시장에서 경쟁하며 다른 회사 몫을 빼앗는 데 쓰는 돈을 SW 인력에 대한 처우 개선과 신규 서비스 개발에 돌려야 한다.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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