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 미국이 부채한도 상향 및 재정적자 감축 협상 타결로 급한 불은 껐지만 미 국채를 많이 보유하고 있는 중국과 러시아에서 쏟아지는 독설을 피하지는 못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이 빚을 청산할 수 있는 근본적 해결책을 마련한게 아닌 만큼 미 국채를 다량 보유한 중국을 비롯해 미 국채 보유국들이 마음을 놓지 못하고 있다고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중국의 미국 국채보유량은 4월 말 기준으로 1조1500억 달러, 러시아 보유량은 1254억 달러여서 국채가격이 하락할 경우 앉아서 대규모 손실을 보게 된다. 중국은 중앙은행 총재를 비롯해 거의 모든 기관이 나서 미국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의 저우샤오촨 총재는 이날 성명을 통해 미국 의회의 부채 협상 타결 소식에 대한 환영의 메시지를 전하면서도 "미국은 부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책임있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압박했다.저우 총재는 "미국 국채시장의 커진 변동성이 글로벌 통화 시스템의 안정을 해칠 수 있다"면서 "글로벌 경제 회복에도 타격을 줄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 국채시장의 커진 변동성으로 인해 양국의 금리 차이를 노린 단기투기자금이 중국으로 몰릴 가능성이 커져 중국은 '핫머니' 유입도 경계하고 있다. 저우 총재는 "미국의 부채한도 상향 조정과 관련해 계속 미국 채무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외환보유고 운용을 다변화하고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신용평가사인 다궁(大公)은 이날 미국 신용등급을 기존 A+에서 A로 강등하고, 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제시했다. 다궁은 "등급 강등은 미국의 양당이 부채 문제를 놓고 옥신각신한 결과"라면서 "미국 정부가 부채 문제를 완전히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반영한다"고 설명했다. 다궁은 아울러 "미국 국채를 보유하고 있는 투자자들이 정치적, 경제적으로 모두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미국 부채에 대한 중국의 발언 강도는 최근 부쩍 강해지고 있다.관영신화통신은 지난달 말 부채 한도 상한 협상에 난항을 겪고 있는 미국을 강도 높게 비판하는 칼럼을 실었고, 지난 2일에는 중국 국가개발개혁위원회(NDRC) 산하 국가정보센터의 장모난 연구원이 중국 관영 영자지 차이나데일리 칼럼을 통해 3조2000억달러의 외환보유고를 대부분 달러화 자산에 투자하고 있는 것이 '곧 폭발할 화산 위에 앉아 있는 것과 같다'고 표현했다. 같은날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미국의 국가 부채 문제가 여전히 미해결 상태에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극적으로 타결된 부채협상은 전 세계를 상대로 위험요소와 문제점을 은폐하는 것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러시아의 독설은 더 수위가 높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는 지난 1일 모스크바 인근에서 열린 한 포럼에 참석해 "미국이 엄청난 부채를 쌓아가면서 세계 금융을 위협하고 있다"며 미국을 '세계 경제에 기생충 같은 존재'라고 표현했다. 미국이 빚더미 속에서 살고 있지만 책임을 다른 나라들에 옮기면서 기생충과 같이 행동하고 있다고 판단해서 나온 말이다. 그는 "미 부채협상 타결안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기 때문에 훌륭한 결과는 아니다"고 평가했다.박선미 기자 psm82@<ⓒ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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