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영 현대카드 사장님 '카드값 깎아주세요'

[아시아경제 조영신 기자]7월 신용카드 명세서를 살펴보던중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같은 가맹점(약국)에서 같은 신용카드로 2000원과 1900원을 긁었는데 2000원에 대해서는 20포인트(적립률 1%), 1900원에는 10포인트(적립률 1%)가 적립돼 있었다.이용금액은 100원 차이 밖에 안나는데 포인트는 절반만 쌓인 것이다.명세서를 꼼꼼히 살펴보니 택시비로 결제한 금액도 마찬가지였다. 3000원과 3900원 모두 90포인트(적립률 3%)만 적립된 것이다. 카드사(현대카드였다) 인터넷 홈페이지를 20여분이나 뒤진 끝에 포인트를 적립할 때 1000원 이하는 '절사'된다는 걸 알아냈다. "크게 손해보고 있다"는 느낌이었다. 7월 명세서에서 포인트로 적립되지 않고 절사돼 날아간 100원 단위 돈을 모두 합산해 봤다. 1만3560원이었다. 내친 김에 지난해 8월부터 7월까지 1년간 내 카드 사용액 가운데 절사된 금액을 모두 더해보니 무려 13만원이 넘었다. 가맹점에 따라 포인트가 1%에서 3%까지 적립되는 걸 감안하면 적게는 1309포인트에서 많게는 3928포인트가 날아가 버린 셈이다.내가 주로 사용하는 '현대카드M'의 포인트 적립률은 최고 3%다. 경쟁 카드사의 그 어떤 카드보다 포인트를 더 많이 적립해준다고 광고·홍보하고 있는 카드여서 '배신감'이 더 컸다. 현대자동차를 구입할 때 적립된 포인트만큼 깎아준다는 말만 믿고 3년 넘게 '애용'해 왔는데 뒤늦게 숨겨진 비밀을 알게 된 것이다. 물론 미리 이런 정황을 꼼꼼히 챙기지 못한 내가 바보다. 그런데 이런 바보가 나 하나 뿐일까.현대카드M의 회원은 820만명에 달한다. 단일 카드로 국내 최대 회원을 확보하고 있다.그럼 1000원 이하 절사로 현대카드가 그동안 챙긴 낙전(落錢)은 어느 정도일까. 회원 1인당 연간 1만원이 절사됐다면 820억원에 달한다.만약 나처럼 연간 절사된 금액이 13만원이라면 1조660억원이 포인트로 적립되지 않은 채 사라졌다는 계산이 나온다.카드사는 포인트를 적립한 뒤 이 금액만큼 충당금을 쌓아야 한다. 1조원 넘는 카드 사용액이 절사됐다면 그 만큼 충당금을 쌓지 않았다는 얘기가 된다.한번 배신당하고 나니 의심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카드사들이 고객들에게 구태여 설명하지 않은 건 과연 '절사의 함정' 하나뿐일까.카드사들이 엄청난 물량을 투입해 광고·홍보하고 있는 다른 부가서비스는 과연 안전한 것일까. 믿어도 될까.끝으로 철석같이 믿었던 현대카드의 정태영 사장에게 한번 묻고 싶다. 카드 이용대금을 청구할 때 1000원 이하는 절사할 의향이 있으신지?조영신 기자 ascho@<ⓒ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조영신 기자 ascho@<ⓒ아시아 대표 석간 '아시아경제' (www.newsva.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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