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환기자
왕단(가운데)씨가 코오롱스포렉스에서 직접 수영강습을 하고 있다.
그는 처음에 한국말을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대학원에 진학했다. 하루에 열시간씩 단어만 공부했다고 한다. 지금도 물론 어렵지만 이제 수업내용을 많이 이해할 정도로 실력이 늘었다는 것이다. 왕단의 집중력은 대단했다. 한국에 온지 6개월 만에 한국말을 거의 다 알아들을 정도로 뛰어난 적응력을 선보였다. 인터뷰 하는데도 통역이 전혀 필요치 않았다. 그는 현재 대학원에서 스포츠의학을 공부하고 있다. "스포츠 의학 분야는 가능성이 매우 크다. 운동으로 사람들을 치료할 수 있는 분야도 적지 않다. 몸에 대한 재활치료는 물론 정신적인 병까지 고칠 수 있기 때문이다.국가대표를 그만두게 된 계기를 물었다. 아픈 사연이 있었다. "2006년에 도하 아시안게임에서 400m 여자수영 계주로 금메달을 거뭐쥐고 귀국해서 훈련하다가 갑자기 갈비 뼈에 금이 갔다. 다시 운동하면 평생 움직이지 못할 수도 있다고 해서 6개월 동안 병원신세를 졌다. 이후 다시 대표팀에 복귀했지만 예전만 못했다. 그는 결국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때 국가대표에서 탈락했고, 중국팀은 같은 종목에서 은메달을 획득하는데 그쳤다. 그는 자신이 컨디션 난조로 대표팀에서 탈락했고, 그결과 중국이 금메달을 놓쳤다는 생각에 아쉬움이 컸다고 한다. 그가 왜 스포츠 의학을 대학원 전공과목으로 택했는지 짐작이 가는 대목이다.왕단은 그후 국가대표팀을 은퇴하고 고향인 허난성 정저우시 체육 수영 관리중심(우리나라의 체육회 개념)에서 선수들을 가르쳤다. 그는 "한국도 비슷하지만 중국의 엘리트 체육은 선수생활을 은퇴하고 나면 할 수 있는 일이 제한돼 있다. 수영 코치 말고는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다. 새로운 일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두고 싶었다."고 말했다. 인터뷰 중간에 왕단의 약혼자인 형초 씨가 합류했다. 형초 씨 역시 중국 수영 국가대표 출신이다. 둘은 내년에 결혼할 예정이다. "중국에 돌아가 형초씨와 함께 민간인을 위한 스포츠센터를 만들고 싶다. 스포츠센터를 같이 운영할 계획이다. 중국 정부의 허가나 자금 마련이 필요해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충분한 비전이 있다고 생각한다." 왕단의얼굴에는 불과 5년전 금빛 물살을 갈랐던 수영스타의 기백과 자신감이 엿보였다. 이창환 기자 goldfish@<ⓒ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