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녹색정책, '손정의 실사구시'를 배워라

11년 만에 한국을 찾은 재일동포 기업가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의 구상이 경이롭다. 일본 내 47개 현(縣)의 노는 땅 54만ha에 태양광 전지판을 세우기로 했다. 전국에 전기밭을 일궈 태양광에너지 보급 비율을 현재 10%에서 30%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대지진 이후 안전성이 도마에 오른 원자력 의존 전력 시스템을 바꾸겠다는 것이다. 10년간 3조원을 투입할 참인데 벌써 33개 현에서 동참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일본 정보기술(IT) 산업의 선두주자 소프트뱅크의 미래를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걸겠다는 발상의 전환이다. 손 회장은 어제 글로벌 녹색성장 서밋 2011에 참석한 뒤 청와대를 방문해 한국과 일본, 중국이 함께 몽골 고비사막의 태양열을 활용하는 고비테크(Gobitech) 프로젝트를 추진하자고 제안했고 청와대가 화답했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태 이후 독일ㆍ이탈리아ㆍ스위스 등 여러 나라에서 수명이 다한 원전을 폐쇄키로 하는 등 에너지 정책을 바꾸고 있다. 그런데 한국은 지난해 34.2%인 원자력발전 비율을 2020년까지 48.9%로 높인다는 계획을 고수하고 있다. 게다가 현 정부에서 장밋빛 전망으로 포장해 추진해 온 '녹색뉴딜 사업'은 곳곳에서 삐걱댄다.  2020년까지 전국에 600개를 조성키로 한 녹색마을은 1차 시범마을로 지정된 4곳 중 3곳이 질척댄다. 2017년까지 세계 최대로 짓겠다는 인천만 조력발전소와 그린홈 200만채 건설도 지방자치단체와 주민 반발에 부닥치는 등 지지부진하다. 그러면서 지자체가 사방을 유리로 둘러쳐 지은 대형 청사는 전기 잡아먹는 하마 노릇을 하고 있다. 2009년부터 JP모건이 주도해 모집해 온 10억달러 규모의 '한국 녹색펀드' 또한 실적이 없어 중단된 상태다. 때 이른 무더위에 벌써 전력 사정이 위태롭다. 폭염과 혹한, 폭우와 한발 등 기상이변이 일상화하면서 저탄소 녹색성장은 지구촌의 숙제로 등장했다. 그간의 개발 위주 정책기조 전환이 구호로만 될 리 없다. 정부는 실천 가능한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 이해 관계자들을 설득하고 내실 있게 추진해야 한다. 대기업들도 괜히 중소기업이나 할 일을 넘겨보지 말고 소프트뱅크처럼 통 큰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뛰어들기를 바란다. 손정의 회장의 실사구시(實事求是)를 배우자.<ⓒ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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