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거래허가 해제가 시장 살린다? '침묵의 땅 바닥'
세종시 건설이 한창인 충남 연기군.
[아시아경제 황준호 기자] 토지거래허가구역이 대거 풀렸음에도 시장은 묵묵부답이다. 호재가 있든 없든 간에 매수자를 찾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시장의 부동자금은 자취를 감춘지 오래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와 함께 토지거래허가구역의 해제는 부동산 시장을 살릴 수 있는 몇 안되는 카드 중 하나이나, 시장은 무반응 그 자체다. 토지시장은 주택시장의 선행시장이라는 점에서 경기침체의 나락은 더욱 길어질 전망이다. 16일 각급 지방자치단체에 따르면 국토해양부가 지난달 30일 전국 토지거래허가구역의 48%(2154㎢) 해제를 발표한 뒤 한달이 지났으나 거래건수는 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는 지난달 30일부터 수도권의 녹지·비도시·용도미지정 지역 814㎢와 수도권 및 광역권 개발제한구역 1340㎢을 해제했다. 이는 국토부가 지정한 전체 허가구역(4496㎢)의 48% 수준이다. 특히 이번 해제구역에는 서울 접근성이 좋은 수도권 토지와 개발 호재가 많은 지방지역의 땅이 대거 풀림에 따라 투자자들이 대거 움직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이에 정부에서도 각 지자체에 거래량과 가격 추이를 보고토록 하고 있다. 하지만 결과는 예상과 반대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먼저 보금자리주택 개발 호재가 있는 과천시, 하남시 등은 각각 22.85㎢, 18.81㎢가 풀렸으나 거래는 1~2건이 전부인 것으로 나타났다. 광명시도 허가구역 해제가 있었나 싶을 정도의 거래만이 이뤄졌다. 과천시 관계자는 "가격변화는 없고 거래도 1~2건 가량으로 변동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하남시 관계자는 "해제구역 중 10%만이 개인토지"라면서도 "축사로 쓸 수 있는 목장용지 한 건 정도가 거래됐다"고 밝혔다. 수도권에서 허가구역이 가장 많이 풀린 화성시(306.24㎢)는 총 31건이 거래됐다. 하지만 통상 하루 허가구역내 거래 신청분만 20~30건으로 사실상 거래 변동은 없는 거나 마찬가지라는 게 화성시 관계자의 설명이다. 평택, 용인 등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해제한다'는 발표 후 한 달, 해제 후 보름이 지났지만 오히려 거래는 더욱 실종된 상황이다. 용인 기흥구내 공인중개소는 "해제 이후 땅주인들은 시세에 웃돈을 얹어 매물을 쏟아내고 있다"며 "호가가 올라 매수자가 더욱 없어진 상황"이라고 토로했다.상황은 지방도 마찬가지다. 과학벨트, 세종시, 각 지역 개발 호재 등이 있는 곳은 거래가 조금씩 이어지는 부분도 있으나 대부분의 지역에서 거래는 실종된 상태다. 과학벨트, 세종시 등의 겹호재가 있는 대전지역은 특정 호재 인근 지역은 거래가 종종 이어지나 전체 거래량을 올릴만한 수준은 아닌 것으로 파악됐다. 가격도 제자리에서 머물고 있었다. 대전시 서구 관계자는 "호재에 따라 아파트 시세에는 변동이 있으나 토지 거래에는 큰 영향이 없다"며 "시간을 더 두고 지켜봐야할 것"으로 전망했다. 유성구에서는 "허가구역이 풀림에 따라 농지취득증을 받는 사례는 있어도 외지인의 투자 사례는 잡히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동구, 서구, 중구 등에서는 허가구역 해제에 따라 매물의 호가가 조금씩 오름에 따라 오히려 거래량이 줄어든 상황으로 분석했다. 이어 오송 생명과학단지 등의 호재를 입은 충북 청원에서는 "이미 호재가 다 반영된 상태에서 허가구역 해제가 큰 의미를 부여하는 분위기는 아니다"라며 "조금 더 지켜봐야할 것"으로 관측했다. 전남 나주, 대구 달성, 부산 해운대 등도 상황은 비슷하게 확인됐다. 이진우 소나무부동산연구소 소장은 "허가구역 해제된 지역은 개발·보상완료지역, 공원지역 및 국공유지, 개발제한구역 등 각종 규제지역에 포함돼 당장 개발할 수 없는 지역"이라면서도 투자자들이 움직이지 않는 것에 대해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토지를 매수하려는 사람들은 집을 한 채 이상 가진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라며 "이들이 움직이지 않는 것은 부동산에 대한 기대심리 자체가 아예 사라진 것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시간을 더 두고 지켜봐야하겠으나 상황이 지속된다면 주택시장 등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으로 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히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황준호 기자 rephwang@<ⓒ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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