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고형광 기자] 스위스 국세청이 58억원의 세금을 거둬 우리 국세청에 보내줬다. 우리나라 국세청이 덜 거둔 세금을 스위스 측이 추가로 거둬 지급해 준 것인데,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이 자금의 투자 실체를 놓고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16일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 2월 스위스 국세청은 제3국인이 스위스 계좌를 통해 한국 증시에 투자한 후 배당금으로 번 돈의 5%(58억원)를 배당세로 걷어 우리나라 국세청에 송금했다. 한국과 스위스 간 조세조약에 따르면 스위스 거주자가 한국 주식에 투자하면 배당금의 15%를 한국 국세청이 원천징수한다. 스위스 거주자가 아닌 제3국 거주자는 이보다 5%포인트 높은 20% 세율을 적용받는다. 스위스 국세청은 배당세액을 검증하는 과정에서 스위스 거주자가 아닌 제3국 거주자가 있는 것을 확인하고 20%와 15%의 차이인 5%를 추가로 걷어 우리 국세청에 보내준 것이다. 스위스측은 이 세금이 '여러 해(several years)에 걸쳐서' 배당 받은 돈에 대한 세액이라고 알려왔다. 국세청은 5~6년 정도 국내에 투자된 돈으로 추정하고 있는데, 이 기간 동안의 코스피 평균 배당률(2.2%)과 스위스가 추가로 거둔 세금(58억원, 원금의 5%)을 감안해 역산 해보면 스위스 비밀계좌로부터 국내에 투자된 돈은 적게는 5000억원에서 많게는 1조원 가량으로 추산된다.국세청은 스위스에 계좌 실명확인을 요구했지만, 스위스측은 "금융비밀주의에 따라 개별 납세 정보는 알려줄 수 없다"고 거부했다. 납세자를 확인하지 못한 국세청은 이 돈을 세외(稅外)수입으로 분류해 국고에 귀속시켰다.현재 국세청은 이 자금의 실체를 크게 2가지로 보고 있다. 우리나라와 조세조약을 체결하지 않은 국가나 조세피난처로부터 스위스를 경유해 유입된 자금, 또 하나는 스위스 비밀계좌로 흘러 들어간 국내 음성자금, 즉 '검은 머리 외국인' 자금이다.국세청은 두 가지 유형의 자금이 섞여 있겠지만 상당 부분은 국내 음성자금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국세청 관계자는 "국내 주식시장에 투자가 이뤄졌다는 점에서 적어도 추정액의 절반 이상은 국내 음성자금일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국세청은 오는 9월 국회에서 비준될 것으로 예상되는 한·스위스 조세조약 개정안이 이 자금의 출처를 밝히는데 중요한 단서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개정안에는 개인이나 기업 명의로 개설된 금융계좌의 내역을 요구할 수 있는 조항이 담겨있다.고형광 기자 kohk0101@<ⓒ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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