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맹녕의 골프기행] '웰컴, 악마의 벙커~' 서호주 준달럽

서호주 퍼스의 준달럽골프장은 페어웨이 벙커와 밀짚모자처럼 생긴 악마의 벙커에 발목이 잡힌다.

'악마의 밀짚모자 벙커'로 유명한 서호주 퍼스의 준달럽골프장을 다녀왔다. 호주의 서쪽 끝의 퍼스는 전체 면적의 3분의1을 차지하고 있는 서호주의 주도다. 하지만 동호주에 발달된 해안 도시들의 그늘에 가려져 한국인들에게는 그다지 각광 받지 못했다. 서쪽에 홀로 떨어져 마치 고립된듯한 퍼스는 그러나 아름다운 스완강에 둘러싸여 있고, 수많은 포도밭과 무성한 숲이 도시와 자연이 절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는 곳이다. 특히 야생화는 세계 최고다. 전 세계 야생화중 75%가 있어 얀쳅국립공원은 봄이 되면 야생화 천지가 된다. 호주관광청의 초대로 라운드를 하게 되자 흥분된 마음을 가라앉힐 수 없었다. 로버트 트렌트 존스 주니어가 설계한 골프장은 쿼리, 듄즈, 레이크 등 3개의 독특한 코스로 이뤄진 27홀 규모다. 2002년에는 호주 최고의 골프장으로 선정되기도 했다.석회암 지대에 자리 잡은 이 코스에서는 '우연'이라는 단어가 통하지 않는다. 잘 친 샷은 우대를 받지만 잘못 친 샷은 반드시 징벌을 받게 된다. 절벽을 넘고 물을 가로질러야 하며, 때로는 깊은 벙커를 피해야 하는 장애물 천지의 난코스다. 페어웨이 역시 평평한 곳이 없고, 요철 투성이다.세계에서 보기 드문 밀짚모자 벙커는 일단 피칭웨지로 탈출이 급한 악마의 벙커다. 욕심을 부리다간 몇 타 만에 빠져나갈지 아무도 장담하지 못한다. 필자도 이곳에 빠져 몇 번을 허우적거린 통에 생각만 해도 겁에 질린다. 골프장을 나오면서 아쉬움과 함께 당장 연습장으로 달려가 샷을 다듬어야겠다는 각오가 생긴다. 페어웨이 주변에는 골퍼들의 샷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캥거루 무리와 사람을 전혀 경계하지 않는 이름 모를 멋진 새들의 합창과 비행이 어우러진다. 호주에서만 느낄 수 있는 독특한 경험이다. 골프장 로고도 캥거루 두 마리가 깃발을 양쪽에서 붙잡고 서있는 디자인이다. 코스에서는 항상 겸손하라는 골프철학을 다시 한 번 되뇌며 골프장을 떠났다.글ㆍ사진=김맹녕 골프칼럼니스트<ⓒ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골프팀 손은정 기자 ejson@ⓒ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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