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도 등산도 가능한 골프장.
등산복을 멋지게 차려입으신 고객님의 등장에 눈이 휘둥그레졌습니다.머리부터 발끝까지 누가 봐도 등산을 하러 오신 분이지 골프와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차림새입니다. "고객님 등산하러 오셨어요?"라고 묻자 "응, 나는 골프 안치고 산타고 다닐게!"라고 농담을 주고받습니다. 하지만 첫 홀부터 카트를 타지 않고 걸어 다니시는 고객님이 내심 걱정스러웠습니다.'골프도 정말 잘 치시는 싱글핸디캐퍼신데 왜 등산복에 등산화를 신고 오셨지?'라며 속으로만 생각했죠. 고객님께서는 이런저런 나무 이름도 알려주시고 코스 내 있는 밤나무에서 밤까지 따 주시는 등 진짜 등산하는 포스로 골프보다는 코스 전체를 즐기고 계셨습니다. 그러던 중 갑자기 산속으로 절 데려가시는 거예요. "언니 나 좀 따라와 봐." 전 깜짝 놀라 "산속엔 왜요?"라고 반문했죠. "따라와 보면 알아!" 전 조금은 불편한 마음으로 고객님을 따라나섰습니다. 잠시 후 고객님께서는 여기저기 살피시며 "여기가 괜찮겠지?"라고 말씀하시는 거예요. 도대체 왜이러시는 걸까? "고객님, 저…." "응, 언니 이리로 와 봐." "저…, 빨리 내려가 봐야 하는데"라고 하자 고객님께서는 주머니에서 휴대전화를 꺼내시며 "언니, 나 여기서 사진 한 장만 찍어줘. 근데 골프장이 사진에 나오면 안 돼. 진짜 산처럼 보여야 돼." 불편한 맘이 한순간에 사라지고 산속에서 사진을 몇 장 찍고서야 코스로 다시 내려왔습니다. "그런데 고객님 왜 사진을…"이라고 묻자 고객님께서는 사모님께서 골프금지령을 내려서 등산간다는 핑계로 나오셨답니다.증거물로 산속에서 사진을 찍으셨고요. 혼자 이상한 생각을 한 제가 부끄러웠지만 고객님의 골프 사랑은 정말 너무 대단하신 것 같았습니다. 오늘은 골프도 치고 등산도 하셨다며 두 마리 토끼를 잡으신 것처럼 좋아하시는 고객님. 다음번에는 김밥에 사이다를 싸가지고 오시겠다며 집으로 돌아가신 고객님이 문득 생각이 납니다.스카이72 캐디 goldhanna@hanmail.net<ⓒ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골프팀 손은정 기자 ejson@ⓒ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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