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 -3000억'..그래도 웃는 크라이슬러

그렉 필립스 크라이슬러코리아 신임 대표 인터뷰...'한국과 동반 성장'

그렉 필립스 크라이슬러코리아 신임 대표

한국서 자동차 부품 구매에 5000억원, 차 판매에는 2000억원. 판매보다 구매가 많으니 3000억원 적자인 셈이다. 하지만 '동반 성장'이라는 함수를 적용하면 구매와 판매를 합쳐 '7000억원 흑자'라는 게 그렉 필립스 크라이슬러코리아 신임 대표의 지론이다. 그렉 필립스 대표는 7일 본지와 인터뷰에서 "올해 한국에서 4억7000만 달러(약 5000억원) 규모의 자동차 부품을 구매할 계획"이라며 "일본산이나 중국산과 비교하면 한국산 부품은 품질과 가격 경쟁력이 매우 높다는 것이 미국 본사의 판단"이라고 말했다. 이는 미국 본사가 향후 한국산 부품 구매 규모를 더 늘릴 것임을 시사하는 대목이다.크라이슬러는 금호타이어, 만도, 현대모비스, SB리모티브 등으로부터 지난 해 2억7500만 달러(약 2970억원)의 자동차 부품을 구매한 바 있다. 올해 구매액은 이보다 70% 증가한 것으로, 크라이슬러코리아가 국내에서 차를 판매해 벌어들이는 수익과 비교하면 더욱 두드러진다. 크라이슬러코리아의 올해 판매 목표는 5000대로, 대당 4000만원으로 계산하면 총 매출은 2000억원에 달한다. 필립스 대표는 "크라이슬러가 자동차 판매에만 치중하는 게 아니라 한국의 자동차 산업에 얼마나 많이 기여하는지 보여주는 증거"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취임 후 가장 놀란 것은 약 15명의 부품 구매팀이 본사 지휘를 받아 한국 부품 업체들과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는 사실"이라며 "이들은 기술력이 뛰어난 한국 업체들을 발굴해 생산과 품질 관리, 그리고 수출까지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1일 웨인 첨리 전 대표로부터 바통을 넘겨받은 필립스 대표는 올해 5000대 이상을 판매해 4%대 점유율에 진입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2009년 미국 본사가 파산 보호를 신청한 이후 지난 해 2.91%까지 떨어졌던 점유율을 회복시키는 것이 급선무다. 이를 위해 이미 상반기에 컴패스, 랭글러 등 3종을 출시한데 이어 하반기에는 그랜드 보이저와 크라이슬러 300C 등 6종을 추가로 선보인다. 신차 효과를 극대화하는 마케팅도 계획 중이다. 지난 해 한국 전쟁 60주년을 맞아 '백선엽 장군 장학금'을 조성한데 이어 올해는 사랑의 집짓기 등 다양한 사회 공헌 활동으로 한국과 크라이슬러간 파트너십을 다진다는 복안이다. 필립스 대표는 국내 수입차 업계에서는 독보적인 친한파 CEO다. 97년 대령으로 예편하기 전까지 26년간 미군으로 근무하면서 12년을 한국에서 보냈다. 전역 후 대우자동차, 닛산코리아, 르노삼성을 두루 거치며 경영 능력을 인정받았다. 그는 "다른 어떤 외국인 CEO보다 한국에 대한 애착이 강하다"며 '혈맹' 한국과 크라이슬러가 동반 성장하는 데 역량을 집중할 것임을 거듭 강조했다.이정일 기자 jaylee@<ⓒ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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