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임원들의 전용기 기피 현상..그 불편한 진실

[아시아경제 박성호 기자] "그룹 전용기 출장이요? 딱 한 사람만 편합니다. 탑승객 중 '넘버 1'(총수ㆍCEO) 빼고는 사실상 좌불안석이라고 보시면 됩니다."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을 비롯, 국내 굴지의 그룹 총수나 CEO들은 해외출장에 자사가 보유하고 있는 전용기를 애용한다. 그러나 막상 기업 임원들은 전용기로 출장을 가는 것 보다 일반 항공편이 훨씬 선호한다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임원들의 전용기 기피현상은 왜 발생하는 것일까.재계에 따르면 현재 비즈니스용 전용기 및 전세기를 보유한 기업은 대한항공(2대), LG전자(2대), 삼성전자(2대), 현대자동차(1대), SK텔레콤(1대), 한화그룹(1대) 등 6곳으로 총 9대가 운항 중이다. 연간 유지비만 수십억원에 달하는 데 운항횟수가 많을수록 소위 '본전'을 뽑는 장사이기 때문에 가능한 많은 임원들이 이용토록 그룹에서 권유하고 있다.그러나 총수나 CEO를 수행하는 임원들은 전용기 탑승이 한마디로 '고역'이다.일반 항공편을 이용하면 '비즈니스' 또는 '1등석'을 이용, 주변 눈치 안보고 대접받을 수 있지만 전용기에서는 직속 상사와 좁은 비행기 안에서 길게는 10여 시간을 마주보고 가야 한다. 국내 기업 전용기는 대부분 13~19인승으로 내부공간이 넓지 않다.특히 전용기 내에는 회의공간을 따로 두고 있어 때로는 한숨도 못 자고 회의를 하며 목적지에 도착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전용기는 이ㆍ착륙시간도 비교적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어 업무 외에는 커피 한잔 마실 시간이 없을 정도로 출장스케줄이 빡빡하다.심지어 화장실 이용에도 눈치를 봐야 한다는 임원도 적지 않다.A기업의 한 임원은 "전용기 화장실을 쓰고 난 후에는 휴지로 주변을 깨끗이 닦는 고위 임원도 있다"며 "높은 분이 다음에 사용할 때를 고려한 것"이라고 했다.한편 전용기 운용에 있어서도 그룹별 특색이 적지 않게 드러난다.조종사들의 급여와 복지혜택이 좋은 삼성의 경우 이건희 회장이 탑승해 착석하자마자 바로 이륙할 준비를 갖춰 놓고 있어야 한다.항공업계 관계자는 "이 회장은 전용기 탑승 후 불필요하게 시간이 지체되는 것을 싫어해 착석 후 즉시 이륙은 삼성전용기 조종사들의 필수준비사항"이라고 전했다.LG그룹의 경우 운항횟수가 다른 그룹보다 월등히 많아 조종사들 사이에서는 기피대상으로 알려져 있다.작년에 전용기를 구입한 한화의 경우 조종사 선발시 '인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한 경우다. 한화 전용기는 보잉 737 기종인데 조종사 선발시 이 비행기 항공면장이 없는 조종사를 선발 후 미국까지 보내 다시 기종교육을 시켰을 정도다.현대자동차의 경우 "보수에 대해 걱정할 것 없다"며 "정몽구 회장이 챙겨주는 격려금을 포함하면 전용기 조종사 중 최고일 것"이라고 확신하고 실제 조종사들은 현대차의 급여와 복리후생에 대해 만족하고 있다고 전하고 있다. 한편 그룹 전용기 중 SK그룹은 유일하게 외국인 조종사만을 채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박성호 기자 vicman1203@<ⓒ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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