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한나의 캐디편지] '냉면그릇 홀 보셨어요?'

"이런 홀 보셨나요?"저희 골프장에서 진행하고 있는 이벤트 홀입니다. 16번, 파3홀이지요. 홀 사이즈가 냉면 그릇만합니다.버디를 하면 조그만 인형까지 선물로 드리는데 고객님들께서는 사실 인형보다 스코어 1타를 줄이는데 더 급급하십니다.홀이 2배 이상 커져 일단 그린에만 올리면 버디를 잡을 줄 알지만 무리한 욕심 때문에 3퍼터를 하기 일쑤죠.이런 홀에서는 티 샷부터 힘이 잔뜩 들어갑니다. 왼쪽, 오른쪽으로 휘면서 그린에 볼을 올리는 것조차 여간 힘든 게 아닙니다. 하지만 어프로치 샷을 하고 그린에 올라가면 금세 얼굴에 미소가 번집니다. 홀이 워낙에 커서 파는 무난하리라 내심 장담하시지요. 그리고 한마디 하십니다. "언니, 모든 코스가 다 이 냉면그릇 홀이었으면 좋겠다. 그럼 나 버디 많이 할 수 있는데…."그런 고객님들의 얼굴을 보면 귀엽다는 생각마저 듭니다. 108mm의 조그만 홀컵에 볼이 쏙쏙 들어가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아마추어골퍼들은 3퍼트 하지 않으면 다행이라는 말을 많이 하는데 그린에서 스트레스를 가장 많이 받으시죠.'온 그린'을 멋지게 하고서도 버디가 되지 않는 비참한 순간들을 모두 잊게 하는 16번홀의 커다란 홀이 고객님들께 인기가 많은 까닭입니다. 저 역시 홀 주위에서 왔다갔다 별을 그리지 않아도 되는 아픈 다리를 쉬어가는 곳이기도 합니다.스카이72 캐디 goldhanna@hanmail.net<ⓒ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골프팀 손은정 기자 ejson@ⓒ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