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우리금융지주 민영화가 이팔성 회장의 '자체 민영화' 대신 강만수 산은금융지주 회장의 '메가뱅크(대형은행)' 쪽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 금융당국이 곧 재개되는 우리금융지주 민영화에 시중 금융지주들도 참석할 수 있도록 법을 고치고 있어 산은지주의 우리금융 인수에 무게가 실리고 있는 것이다. 공적자금위원회는 금융지주사가 타 금융지주를 인수하려면 지분 95% 이상을 사들여야만 했던 기존 금융지주법 시행령을 고쳐, 공적자금이 투입된 금융기관에 대해서는 의무 인수비율을 50% 정도로 낮출 계획이다. 그간 우리금융은 투자자를 모집해 지분을 공동 매입하는 자체 민영화안을 추진해 왔지만, 시행령이 이렇게 바뀌면 입찰에 참여해도 타 금융지주사들보다 경쟁력이 떨어지게 된다. 사실상 자체 민영화안은 '물 건너 간' 셈이다. 우리금융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12일 우리금융 고위관계자는 "금융당국의 결정을 지켜봐야겠지만 내부적으로 자체 민영화 논의가 상당부분 후퇴할 수 밖에 없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시중 금융지주 중 우리금융의 가장 유력한 인수 후보로 꼽히고 있는 곳은 강 회장이 이끄는 산은금융이다. 향후 민영화를 위해 수신기반 확충이 절실한 산은금융으로서는 전국에 뻗어 있는 우리은행 네트워크에 눈독들이고 있다. 최근 강 회장은 확대연석회의에서 우리금융 인수의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민영화 방안을 놓고 이 회장과 강 회장 모두 금융당국과 긴밀히 논의해왔으나 결국 정부에서 강 회장 손을 들어준 셈이다. 이 때문에 강과 이 모두 이명박 대통령의 금융계 측근이지만, 강 회장이 대통령에 더 가까운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오고 있다. 이 회장도 지난 1월 연임을 앞두고 강 회장과 경합을 벌이게 되자 "(강 회장이)계급상 나보다 더 위"라며 스스로 몸을 낮추기도 했다. 정부가 강 회장의 손을 들어준 이유는 또 있다.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수주를 계기로 메가뱅크의 필요성에 눈떴기 때문이다. 자산규모가 159조원인 산은금융과 326조원인 우리금융이 합병하면 자산 505조원, 세계 50위권 규모의 메가뱅크가 탄생하게 된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국책은행인 산은금융이 정책자금이 투입된 우리금융을 인수하는 것이 민영화라고 보기 힘들다는 반응이다. 시너지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회의적인 분석도 나오고 있다. 우리금융을 인수해 몸집이 지나치게 비대해진 산은금융의 매각이 가능할지에 대한 의문도 나오고 있다. 산은금융 측은 이에 대해 "2014년까지 1주라도 매각하면 그것이 민영화 아니겠느냐"고 답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원론적인 개념이라는 지적이다. 산은 내부에서도 반발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강태욱 산은노조 위원장은 "그동안 내부적으로 직원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었는데, 갑작스럽게 우리금융 인수 소식이 들려오니 황당하다"며 "우리금융 인수는 직원들이 최악으로 꼽은 민영화 방안"이라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leezn@<ⓒ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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