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얼마 전 강만수 산은금융지주 회장은 김석동 금융위원장 주재로 열린 5대 금융지주사 회장들과의 간담회에서 "(금융지주사 산하) 카드사들이 카드론과 같은 고리대금업에 나서면서 저축은행들이 영업기반을 빼앗겼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계가 신용심사를 하는 것도 아닌데 카드를 집어넣으면 500만원, 1000만원씩 나오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며 다른 금융회사들의 영업 행태를 비판했다. 강 회장의 지적은 카드사들의 무차별적인 카드 발급과 카드론 확대에 우려를 보인 것이다. 실제 카드사들의 행태는 지난 2002년과 같은 카드 사태의 재발을 우려할 정도다. 작년 카드론은 23조9000억원으로 전년보다 33.3%나 증가해 2003년 37조원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또 지난해 새로 발급된 신용카드는 모두 1200만개로 전년 970만개보다 24% 늘었다. 물론 이 같은 외형 증가가 바로 카드사의 부실 사태로 이어질 것인가를 놓고는 논란이 있다. 카드사의 연체율은 2004년 6월 25.12%에서 작년 말에는 역대 최저치인 1.68%까지 떨어졌다. 강 회장의 지적에 대해 카드업계는 "저축은행이 금리가 높아 경쟁에서 밀린 것일 뿐 카드사들이 저축은행의 소매금융을 갉아먹은 것은 아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급증한 카드론과 카드 발급건수가 정상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금융지주사들은 직원들에게 일정 건수의 카드 발급을 유치하도록 할당까지 하는 등 과당 영업을 독려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낮은 신용등급자에게 상대적으로 많은 카드가 발행됐다. 이들이 손쉽게 대출을 받는 여건이라면 문제다. 지금은 연체율이 낮더라도 앞으로 부실 누적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금융당국과 한국은행은 '카드 대란' 우려에 대해 조직과 인원을 확대, 검사를 늘리겠다고 밝히고 있으나 대응이 늦다. 카드론과 발급건수가 급증했는데도 손 놓고 있다가 뒤늦게 허둥대는 양상이다. 무엇보다 갓 취임한 금융지주 회장들이 본업으로 승부를 걸지 않고 카드론이란 고리대금에 주력하는 모습은 바람직하지 않다. 능력의 문제다. 상대적으로 저금리인 은행 대출이 서민층에 파고들도록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금융당국은 캐피탈, 저축은행과 카드사 등이 엇비슷한 영업에 과당 경쟁을 하지 않도록 지도해야 할 것이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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