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 고수'가 필드에 오셨습니다.유명한 스크린골프대회에서 우승을 하셨다는 한 고객님께서 다니시는 스크린골프장 VIP회원 3명을 동반한 팀입니다.우승하신 고객님은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가 있었고, 나머지 세분은 마치 프로 시합에서 우승한 유명한 프로를 모시는 듯 그 분과의 라운드에 설렘이 가득 차 있었지요."언니, 저분이 00스크린골프대회에서 우승하신 분이야." 그 세계에서는 꽤 유명하신 분인가 봅니다. 스크린골프를 몇 번 쳐 본 적은 있지만 물론 제가 그분을 알 수는 없었죠. 기대에 찬 라운드가 시작되었습니다. 하지만 뭔가 보여주시려고 무리를 했던지 스크린 고수님은 나머지 세분의 기대에 어긋나고 말았습니다. 저희 골프장 잔디는 벤트그라스라는 양잔디인데요, 금잔디나 들잔디(중지) 등 한국형 잔디에 익숙한 골퍼들은 볼을 정확하게 맞히기가 아주 어렵습니다. 처음 오신 고객님들이 식은땀을 흘리며 플레이하는 모습을 자주 보기 때문에 그 고객님께도 몇 가지 팁을 알려드리며 선전하시길 응원했는데 제 말에 그만 자존심이 상하셨나 봅니다. 맘처럼 쉽지 않은 플레이에 신경이 곤두서고 연신 디봇만 내며 디봇을 붙여달라는 제 말은 잔소리처럼 들으셨습니다. 기분이 상하신 고객님께 더 이상 다른 말을 할 수가 없어 제가 존경하는 프로님께서 하신 말씀을 해드렸지요. "고객님 프로대회에서 보셨는지 모르겠지만 프로들은 본인이 직접 디봇을 메우는 게 심리적 안정을 찾기 위해서래요."고객님께서는 여전히 이해가 안 되는 듯 고개를 갸우뚱하십니다. "디봇을 메우는 시간을 벌어 다음 샷을 준비하는 거랍니다"라고 한 말씀 더 드리자 아무말 없으셨던 고객님께서는 조급한 마음을 조금씩 달래면서 디봇도 열심히 붙여주시고 스크린에서의 스코어도 되찾고 계셨습니다.그 프로님의 말씀처럼 저희 아마추어골퍼들도 샷의 결과가 나쁠수록 디봇을 메우며 다음 샷을 준비하는 습관을 들이면 마음의 여유도 되찾고 더 좋은 결과도 얻을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봅니다.스카이72 캐디 goldhanna@hanmail.net<ⓒ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골프팀 손은정 기자 ejson@ⓒ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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