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영주 기자] 청와대가 인사동 '풀빵 장수'의 편지 한장에 곤혹스러워하고 있다.서울 인사동 거리에서 풀빵 장사를 해온 청각장애인 손병철(53)씨와 김숙경(51)씨 부부는 지난 14일 이 대통령에게 편지를 보냈다. 편지에는 종로구가 추진하는 '차 없는 거리' 사업 때문에 인사동 노점상들이 특화거리로 옮겨가야 하고, 이 때문에 생존권을 위협받고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종로구는 시민들의 보행권 등을 위해 노점상 이전이 불가피하고, 사정이 딱한 일부 노점상들에게만 혜택을 줄 수도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종로구청 관계자는 19일 "인사동에 외국인 관광객 등이 크게 늘고 있지만 노점상이 인도를 차지하고, 상인들도 바깥에 물건을 내놓는 사례가 많아 개선이 시급하다"며 "인사동 노점 76개 가운데 풀빵집은 1곳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문제가 커진 것은 이 대통령과 손씨 부부의 인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은 2006년 12월 인사동에서 손씨 부부를 만나 직접 '일일 풀빵장수'를 자처해 화제가 됐었다. 당시 이 대통령은 "나도 어머니를 도와 풀빵 장사를 한 적이 있다"면서 "풀빵을 보니 어머니가 생각난다"고 회고했다. 지난해 9월21일에는 한 방송사 추석 특집프로그램에 이 대통령과 김윤옥 여사가 출연한 자리에서 손씨 부부와 재회해 국민적 관심을 받기도 했다. 손씨 부부의 손수레에는 지금도 이 대통령 부부와 찍은 기념사진이 걸려있다.청와대는 난처한 표정이다. 서민들의 어려움을 충분히 이해하고 도움을 줘야 하는 것은 물론 이 대통령과 손씨 부부의 인연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됐기 때문.'공정사회'를 강조하고 있는 청와대로서는 기초단체의 일에 일일이 간섭하기 어렵고, 대통령과 안면이 있다고 특혜를 줄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렇다고 법과 원칙만 강조하면 '인정 없는 대통령', '말로만 친서민'이란 이미지로 비춰줄 수도 있다. 특히, 오는 20일 장애인의 날을 앞두고 이 대통령과 김 여사가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배려와 관심을 강조했던 터라 손씨 부부가 청각장애인이라는 점은 더욱 부담으로 작용한다.이 대통령은 언론을 통해 손씨 부부의 사연을 접했으나, 특별한 지시를 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민원을 접수했지만, 종로구청이 해결해야 하는 문제인 만큼 청와대가 나서지 않고 구청의 후속조치를 지켜볼 것"이라고만 했다.다른 관계자는 "청와대에는 하루에도 수많은 민원과 탄원서가 접수되고 있는데, 모든 민원을 다 직접 처리할 수는 없다"면서 "법과 순리 대로 처리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조영주 기자 yjcho@<ⓒ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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