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 김효진 기자]재학생들과 교수의 잇단 자살로 도마에 오른 '서남표식 교육개혁'이 기로에 섰다. 올 들어 학생 4명이 자살한데 이어 교수까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태가 발생하면서 결국 정치권이 서남표 한국과학기술원(KAIST) 총장을 상대로 진상 조사에 나섰다. 대학 안팎에서 사퇴 압력을 받고 있는 서 총장의 향후 거취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국회 교육과학기술위(위원장 변재일 민주당 의원)는 12일 오전 전체회의를 열고 서남표 총장으로부터 카이스트 사태에 대해 보고를 받았다. 여야 의원들은 이날 회의에서 과도한 경쟁 위주의 대학 운영이 학생들의 목숨을 앗아간 것이 아니냐며 매서운 추궁을 벌였다. 특히 야당 의원들을 중심으론 사퇴론도 봇물을 이뤘다. 민주당 김유정 의원은 "서남표식 개혁이 잘됐다는 사람도 있지만 학생 4명이나 아까운 목숨을 끊은 상황에서 총장이 사퇴하는 것 외에 어떤 책임을 더 질수가 있겠느냐"며 사퇴를 촉구했다.서 총장의 성과급 부당 수령 의혹에 대해서도 의원들의 날선 질의가 이어졌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지난 2월 실시해 11일 국회에 제출한 '카이스트 종합감사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서 총장은 별도의 성과 평가 없이 특별 성과급 명목으로 5만1751달러(약 5620만 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한편, 카이스트 내부에선 서 총장의 퇴진이나 반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카이스트 교수협의회는 지난 11일 오후 1시부터 약 2시간 동안 비상총회를 열어 '교수협에서 드리는 글'을 채택했다. 교수협은 이 글에서 "지금 카이스트는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교수협은 또 "학생들의 다양한 잠재능력을 살리지 못하는 교육제도가 오늘의 불행한 사태에 일조했다는 점을 부정하기 힘들다"면서 "이런 제도가 효율과 개혁의 이름으로 일방적으로 시행되는 것을 막지 못한 우리(교수들)의 책임을 통감한다"고 했다.카이스트 총학생회와 중앙위원회 임원 등 학생대표 13명은 같은 날 학교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서 총장의 경쟁 일변도 교육은 틀렸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들은 "우리는 공부하는 기계가 아니다"며 "서 총장은 구성원들을 숨막히게 몰아가 돌이킬 수 없는 일을 저지른 데 대해 사과하라"고 요구했다.사상 초유의 사태를 맞은 카이스트는 축제 기간에도 수업을 진행하던 원칙을 깨고 이례적으로 11~12일 휴강 조치를 내렸다. 학생들은 오는 13일 서 총장과의 두 번째 대화를 진행할 방침이다. 이 학교 동아리연합 비상대책위원장인 변규홍(전산학과 07학번) 학생은 "공부만 하는 '순둥이'들이 모인 카이스트에서 비상총회를 여는 건 개교이래 처음 있는 일"이라는 말로 사태의 심각성을 전한 뒤 "모든 단과대학의 학회장들이 비상총회가 필요하다고 의결했다는 건 그 형태가 어떠하든 의미가 있는 움직임"이라고 설명했다.지연진 기자 gyj@김효진 기자 hjn2529@<ⓒ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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