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이 개장되자 '중국고섬'이 하한가로 곤두박질쳤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상한가 급등세를 기록했던 주식이어서 느닷없다는 느낌이 들었다. 게시판을 보니 투자자들이 난리였다. 원주가 상장된 싱가포르거래소(SGX)에서 주가가 폭락, 어제 저녁 매매정지됐다는 뉴스가 들어와 있었다. 거래소는 1시간이 지나서야 매매를 정지시켰다." 엊그제 매매거래가 정지된 중국고섬의 투자자가 인터넷 게시판에 올린 글이다. 한국거래소의 정보 부재와 늑장 공시를 질타하는 목소리다. 이번 중국 섬유업체 중국고섬의 거래정지 파문은 외국 상장기업 관리의 허점을 여실히 드러낸 사례다. 싱가포르에 원주가 올라 있는 중국고섬은 지난 1월 해외예탁증서(DR) 형태로 우리 증시에 2차 상장됐다. 거래소가 국제화를 겨냥해 외국기업 유치에 적극 나서면서 외국 상장사는 17개사로 늘어났다. 하지만 중국고섬 사태에서 보듯 외국기업 관리시스템은 부실하기 짝이 없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투자자들에게 돌아간다. 거래소는 상장 외국기업의 동정을 일일이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정보수집도 어렵다고 말한다. 직접 공시하기 전에는 무슨 일이 일어나도 손쓸 수 없다는 얘기다. 중국고섬의 경우도 투자자들이 싱가포르 사태를 먼저 알고 '팔자'를 쏟아냈다. 거래소는 중국고섬의 공시대리인이 알려준 뒤에야 거래를 정지시켰다. 싱가포르에서 거래정지 조치가 나온 지 15시간이 지나서 이뤄진 일이다. 외국기업의 상황을 파악하기 어렵다고 하지만 어떻게 투자자들보다도 늦게 대응할수 있는가. 정보도 없다. 싱가포르의 거래정지 사유가 대량매도에 따른 주가폭락이라는 사실 외에는 알려진 게 없다. 많지 않은 외국 상장사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할 정도라면 국제화를 말할 자격이 없다. 상장심사와 정보수집을 강화하고 부실공시에 대한 제재를 한층 엄중히 해야 한다. 외국기업을 무리하게 상장시켜 그들의 배만 불리는 일은 없어야 한다. 또 다른 중국기업인 연합과기는 상장 5개월 만에 퇴출위기에 몰렸고 중국원양자원은 유상증자 파문에 휩싸인 바 있다. 한국거래소가 국제화를 지향한다면 더 엄격한 관리시스템의 구축과 글로벌 수준의 정보수집 능력이 전제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투자자들만 계속 골탕먹을 것이다.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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