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앤비전] 은행 相生노력 제대로 하고 있나

차별화된 소통전략 필요외형확대 보단 고객보호 우선
[주재성 금융감독원 은행서비스본부장] 우리나라가 IMF 외환위기를 겪고 있던 1998년에 설립된 구글은 10여년 만에 세계 검색시장의 65%를 점유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천이 선정한 올해 '가장 존경받는 기업' 리스트를 보면 구글이 애플에 이어 두 번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이 기사를 보면서 상생과 소통의 원리를 가장 성공적으로 실현한 기업이 바로 구글이 아닌가 생각했다. 구글의 성공 요인은 무엇보다 다른 인터넷검색 업체와 달리 소비자와 서로 소통하고 협력하는 방식에서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일방적 관계가 아니라 상호 유기적 관계를 통해 상생과 소통의 경영문화를 만들어낸 결과다. 한국 능률협회 컨설팅은 가장 존경받는 30대 기업을 발표하고 있다. 2004년에는 국민은행, 하나은행, 신한은행이 포함됐으나 올해는 신한은행만 이름을 올렸는데, 그나마 경영권분쟁 탓에 그 의미가 퇴색해 버렸다. 은행의 사회적 이미지가 예전 같지 못한 건 왜 일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금융위기 이후의 키코(KIKO) 사태, 펀드 불완전판매 등으로 소비자들이 은행을 더 이상 공공기관으로 보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고객들이 은행을 자신의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존재하는 영리기업으로 인식하게 된 것이다. 은행도 일반기업과 마찬가지로 영리를 추구한다는 사실을 고객들이 새삼 인식했다는 건 어떤 측면에서 긍정적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은행이 경제의 혈관과 같은 지급결제 기능을 수행하고, 통화신용정책의 전달경로로서 공공성이 크다는 사실을 간과하면 안 될 것이다. 서브프라임 사태가 은행의 지나친 이익추구 성향에서 촉발됐지만 우리나라를 포함한 각국 정부가 은행을 지원하고 나선 건 은행이 국가경제의 기본 인프라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인식 때문이다. 은행이 고객의 신뢰를 회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가장 먼저 일반기업이나 여타 금융회사들과 차별화되는 상생과 소통의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상생과 소통을 통해 서민계층과 혁신중소기업 등 미래 수익원인 잠재고객을 발굴하고 이들과 장기적인 거래관계를 맺을 때 비로소 기업가치를 높이고 사회 전반적인 효용을 증대시킬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어떤 은행은 대기업과 협력해 더 간편하게 협력기업에 자금을 지원하는 대출상품을 선보였다. 또 다른 은행은 사회 소외계층에게 송금이나 인출수수료를 면제해주고 있다. 상생과 소통을 구현하는 좋은 사례라 하겠다. 그러나 최근 국내은행들의 영업행태를 보면 걱정이 되기도 한다. 철저한 리스크관리에 기반한 질적성장이 아니라 외형확대 추구의 조짐이 보이기 때문이다. 무분별한 외형확대 경쟁은 은행의 건전성을 악화시키는 것은 물론 금융질서 문란과 소비자 피해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감독당국은 무분별한 은행의 영업행태가 확산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 은행이 과도한 수익성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소비자 권익이 침해되지 않도록 불공정 소지가 있는 금융거래를 근절하고 금융소비자 권익을 보호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주역(周易)의 문언전(文言傳)에는 적선지가필유여경(積善之家必有餘慶ㆍ좋은 일을 많이 하는 집안에는 자신뿐 아니라 자손에게까지 복이 미친다)이란 말이 나온다. 이익만 추구하는 기업은 존경받을 수 없다. 은행도 예외는 아니다. 상생경영을 실천할 때 우리사회가 현재 요구하는 존경받는 기업이 될 것이며, 나아가 은행 자신과 사회가 함께 성공하는 윈윈(win-win)이 가능해질 것이다. 주재성 금융감독원 은행서비스본부장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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