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단상]대부업, 이름 바꾸면 안될까요

지금 대부업권에서도 '대부'라는 업권 이름을 '소비자금융'으로 바꾸는 작업이 한창이다.'대부업'이 합법적으로 서민대출업을 하는 제도권금융인데도 아직도 우리 사회 일부에는 대부업을 고금리와 불법이 판치는 예전의 '사채'와 동일시하고 경제에 부정적이라는 선입견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대부업'이 금융 소비자들로부터 충분히 신뢰받지 못하는 데는 일부 대부업자의 잘못된 영업행태 탓도 있으리라 본다. 대부업 종사자들이 깊이 반성해 대출서비스의 품격을 높이는 노력이 필요한 부분이다. 그러나 이게 다는 아니라는 게 우리의 생각이다. 적절치 않은 이름으로 불필요한 오해를 받고 있는 것이다. 현행 대부업법에서는 면허 없이(무등록) 대출영업을 하는 사람들도 대부업자이고, 면허를 갖고(등록) 대출영업을 하는 사람들도 대부업자로 부르고 있다. 마치 의사 면허없이 불법 의료행위를 하는 사람을 법에서 의사로 규정한 것과 같다. 이처럼 동일한 이름으로 불리다보니 엄연히 구분되고 달리 취급돼야 마땅한데도 한통속으로 취급받고 있는 것이다. 면허가 있는 대부업자가 아무리 합법적 영업을 하더라도 무면허 대부업자가 말썽을 피워 언론에 대서특필되면 대부업의 전체 이미지가 나빠지고 만다. 적절치 못한 이름 탓에 국민들로부터 불신을 받는 것은 물론이고 대부업계 전체의 이미지 개선도 더디고 힘든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아주 반가운 소식은 평소 이 문제에 관심이 깊은 한나라당 이진복 의원이 최근 합법 대부업자의 명칭을 '소비자금융업자'로 바꾸는 법률안을 국회에 발의했다는 것이다. 합법적 대부업자의 이름을 소비자금융업자로 바꿈으로써 그들의 준법영업에 대한 동기를 부여하는 동시에 악덕 사채업자가 합법업자인양 행세하는 것을 원천적으로 차단하자는 취지다. 예나 지금이나 이름은 중요하다. 공자는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이름을 남긴다"고 했고, 소크라테스는 "이름은 인생의 나침반이다"고 했다. 또 예수는 "이름은 영(靈)과 같은 것이다"고도 했다. 이름은 혈통과 가문을 대표하고 그 사람을 다른 사람과 구분하는 고유명사이다. 개인의 주체와 존재가치가 보전되도록 법적으로 보호하는 사회생활의 가장 기본적 요소이기도 하다. 성과 이름이 있기에 우리는 자신의 삶을 조상과 후손으로 연결지어 역사를 쓰고 남길 수 있는 것이다. 심지어 성명학에서는 이름이 사람의 명운(命運)을 가른다고 믿는다. 만약 어떤 이가 이름을 고쳐 부자가 되고 성공을 거뒀다면 개명이 길운을 틔웠다고 말한다. 재운이나 성공운이 막혔거나 그 힘이 약했으나 이름을 바뀌어 그 길이 트였다고 보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이 불러주는 내 이름이 바뀌면 마음가짐이 달라지고, 생각과 말이 바뀌고, 행동도 바뀌게 된다. 행동이 바뀌면 운명이 달라지는 건 당연지사일 것이다. 성명학을 믿지 않는 이들도 자식을 낳으면 좋은 이름을 지어주려고 몇 날 며칠을 고민한다. 회사를 차리면 멋진 상호를 찾고자 이리 뛰고 저리 뛰기 마련이다. 이름이 운명을 바꾼다는 게 허무맹랑한 말은 아닌 것이다. 대부업자가 소비자금융업자로 바뀌면 그에 걸맞은 말과 행동을 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고객은 지금보다 양질의 서비스를 받게 될 것이다. 시도할 가치가 충분하지 않은가!양석승 한국대부금융협회 회장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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