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선 괴담' 떨지 마오...동해안까진 안 옵니다

[아시아경제 김수진 기자]일본 동북부 대지진으로 인한 방사선 위기가 점점 확산되고 있다. 후쿠시마 제1원전 1,3호기의 원자로 외벽이 폭발한데 이어 15일에는 2호기와 4호기에서도 폭발이 확인됐다. 특히 2호기의 경우 방사선 물질 유출을 봉쇄하는 격납용기에 손상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져 피해 우려가 더욱 증폭되고 있다. 원전에서 누출되는 방사선량도 크게 증가했다. 15일 2호기, 4호기 폭발 직후 원전 주변 방사선량은 400밀리시버트(mSv)까지 치솟았다. 법적으로 허용된 위험 기준치는 시간당 500마이크로시버트((μSv)다. 1밀리시버트는 1000마이크로시버트에 해당하는 단위다. 방사능 영향권에 들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국내에서도 방사선 피폭시 발생하는 문제와 대처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후쿠시마 제1원전 폭발로 방출된 방사성 물질 중 가장 유해한 것으로 세슘과 방사성요오드를 꼽는다. 세슘은 호흡기를 통해 유입되며 위장관이나 근육 등에 모여서 근육세포에 영향을 준다. 뼈나 간장에도 달라붙어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축적량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반감기가 30년에 달해 피폭 후유증도 오래 간다. 방사성요오드는 역시 호흡으로 유입돼 갑상선에 축척돼 감마선이나 베타선을 방출한다. 이로 인해 호르몬 작용에 문제가 생기거나 최악의 경우 암이 유발될 수 있다. 방사선 피폭량이 적을 때는 샤워를 하거나 옷을 벗어 오염을 제거한다. 그러나 방사성물질이 인체 내부에 유입되면 약품을 사용하게 된다. 세슘의 경우 세슘이 장에서 흡수되지 않고 대변으로 배출되도록 프루시안블루(Prussian blue)라는 약을 사용한다. 방사성요오드를 치료하기 위해서는 안정화요오드를 섭취하는 방법이 사용된다. 갑상선에 미리 요오드를 흡수시켜 방사성요오드가 축적될 수 없도록 하는 것이다. 인체에 요오드가 일정량을 넘을 경우 자연적으로 배출되는 원리다. 안정화요오드를 미리 먹으면 방사성요오드 유입을 막을 수 있다. 원전 사고 이후 일본 정부는 원전 인근 주민에게 안정화요오드를 복용하도록 했다. 이미 피폭된 경우라면 빨리 안정화요오드를 먹는 것이 중요하다. 방사성요오드를 직접 흡입한 이후 15분 이내에 안정화요오드를 투여하면 90%이상 효과가 있지만 6시간이 지나면 효과는 50%로 떨어진다. 건강에 실제로 약영향을 주는 방사선 피폭량은 1000밀리시버트부터다. 1000밀리시버트의 방사선을 맞으면 구토나 설사 증세를 보이고 7000밀리시버트 정도면 며칠 안에 사망한다. 병원에서 X선을 촬영할 때 맞는 방사선량은 약 0.03~0.05 밀리시버트(mSv)다. 전문가들은 일본 방사능 누출이 국내에 영향을 미칠 우려는 낮다고 보고 있다. 임상무 한국원자력의학원 박사는 "원자로에서 방사능이 누출됐다고 해도 바람을 타고 퍼지면 양이 얼마 되지 않는다"며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국내에서는 원전 사고 발생에 대비해 각 원전주변지역에 21개의 방사선 비상진료 지정의료기관을 운영한다. 사고가 발생하면 한국원자력의학원이 방사선비상의료지원본부가 되고 국가방사선비상진료센터를 중심으로 의료구호활동을 펼친다. 그러나 보유한 약품량에 대해서는 '충분하다'와 '충분하지 않다'는 주장이 나뉜다.
안정화요오드는 현재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총 128만여정, 비상진료지정의료기관이 총 6만 8000여정을 보유하고 있다. 한 사람당 10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합하면 13만 5000여명 정도를 치료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세슘에 대비하기 위한 약품인 프루시안블루는 약 130명을 치료할 수 있는 분량을 보유중이다. 이에 대해 임 박사는 "일반인을 위한 필요가 아니다"라며 "비상대응요원이나 피폭 현장에서 응급 수습을 위해 사용하는 약품"이라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일반인 피폭 가능성이 지극히 낮아 현재 보유량으로도 충분하다는 주장이다. 반면 일부에서는 약품 보유량이 적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에너지정의행동 이헌석 대표는 "후쿠시마 원전 폭발 대피 범위가 30km까지 넓어지지 않았느냐"며 "만약의 상황에 대비해 투약할 수 있는 약품 보유량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승숙 국가방사선비상진료센터장은 "원전 사고 가능성을 고려해도 현재 보유량이 결코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안정화요오드의 경우 피폭이 발생하면 '예방'개념으로 배포하게 되는데, 현 보유량만으로도 각 원전에서 10km이내 주민들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센터장은 "프러시안블루는 실제 세슘 피폭이 확인됐을 때 투여하는 것으로 요오드와 사용 방식 자체가 다르다"며 "31만명이 대피했던 1987년 브라질 고이아니아 원전 사고 당시에도 프러시안블루를 복용한 것은 46명밖에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수진 기자 sjkim@<ⓒ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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