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컴이 해외 간 까닭은…

이홍구 대표 취임 두달..'글로벌 경쟁력 있다'

이홍구 한컴 대표

[아시아경제 김철현 기자]"한글과컴퓨터를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키워 국내 소프트웨어 생태계 발전의 한 축을 담당하겠다"취임 두 달을 맞는 한글과컴퓨터(한컴) 이홍구 대표가 23일 올해 사업 계획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밝힌 의지다. IBM, 컴팩, HP, 델 등 대표적인 글로벌 하드웨어(HW) 기업에서 경영 경험을 쌓은 이 대표가 '국민기업'으로 불렸던 국내 대표 소프트웨어(SW) 기업 한컴에 부임해 회사 재건을 위한 첫 카드로 '해외 공략'을 꺼내든 것이다.한컴은 국내 대표 SW 기업이라는 명성과 달리 20년간 부침을 거듭해 왔다. 이는 티맥스소프트, 핸디소프트 등 대표적인 토종 SW 개발사들의 몰락과 묶여 '국내 SW 생태계의 붕괴'로 표현되기도 했다. 한컴은 지난 1990년 이찬진 드림위즈 대표가 창립한 회사로, '아래아한글'을 통해 마이크로소프트가 독점하고 있는 SW 시장에서 국산 제품의 자존심으로 통했다. 하지만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사태로 경영난을 겪었고 2003년 프라임그룹에 매각된 후에도 대표 횡령 사건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2009년 셀런에 매각됐지만 김영익 대표가 배임 혐의로 기소되면서 또 다시 매물로 나와 결국 지난해 보안 기업 소프트포럼이 한컴의 아홉 번째 주인이 됐다.'국민기업'이라는 이미지와 20년간 계속된 우여곡절로 인해 업계에서는 새로운 대표와 함께 본격적인 사업을 시작하는 한컴에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가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지난해 12월 한컴과 인연을 맺은 이홍구 대표는 이 같은 기존의 이미지에서 탈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기존의 한컴은 잊어 달라"고 강하게 주문했다. 한컴 부임 전까지 PC 기업인 델 코리아의 사장을 역임하는 등 글로벌 IT 기업에서 경력을 쌓은 그의 눈이 향한 곳은 세계 시장이었다. 국내 시장도 제대로 지키지 못하면서 해외에 눈을 돌리냐는 지적이 나올 법도 하지만 그는 최근 HW와 SW의 구분이 모호해지고 모바일, 클라우드 등을 통한 IT 서비스가 트렌드로 떠오르면서 한컴이 새로운 기회를 맞고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한컴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모바일 사업과 클라우드 사업 등 신규 사업부문을 강화하면 글로벌 시장에서 충분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이 대표는 "모바일 오피스 분야에서 올해 안에 확실한 리더십을 확보하겠다"며 "스마트폰의 확산으로 인해 변화하고 있는 시장에서, 모바일 오피스인 씽크프리 제품이 향후 3~5년 안에 글로벌 넘버1이 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컴은 올해 매출 목표인 545억원 중 약 100억을 모바일 분야에서 달성한다는 계획이다.이 대표는 또 "많은 사람들이 한컴이 해외 사업을 한다면 의아하게 생각한다"며 "하지만 이미 오피스 제품 34개국 언어 지원 등 착실한 준비가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씽크프리 등 모바일 오피스 제품도 해외 주력 상품으로 꼽았다.그는 "한국 안에서, 오피스에서만 머물던, 한글로만 기억되는 한컴이 아니라 전 세계에서 IT 트렌드를 주도하는 한컴을 만들겠다"며 "이를 위해 투명 경영을 실현, SW 생태계의 한 축을 담당하겠다"고 강조했다.지난해 한컴을 인수한 소프트포럼의 김상철 회장도 이 대표에게 힘을 보탰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김 회장은 "한컴 발전을 위해 한국 최고의 CEO를 영입했다"며 "이홍구 대표와 함께 한컴은 명예와 실제적인 가치를 모두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이어 "단 1원도 한컴 외부로 나가지 않을 것"이라며 "한컴이 자부심을 가지고 해외에 진출할 수 있도록 묵묵히 지원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김철현 기자 kch@<ⓒ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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