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강승훈 기자] 한국과 일본이 공동 기획 제작한 연극 '야끼니꾸 드래곤'이 오는 3월 9일부터 20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토월극장에서 열린다.지난 2008년 한국과 일본에서 초연했던 '야끼니꾸 드래곤'은 이미 일본에서 지난 7일부터 20일까지 공연했다. 한국 공연만 남겨둔 상태다.일본 연극계에서 재공연 자체가 갖는 의미는 대단하다. '야끼니꾸 드래곤'은 초연 당시 워낙 유명세를 치른터라, 올해 공연에서도 어느 정도 반응은 예상됐다. 물론 예상대로 일본 공연 전 회차, 전좌석이 매진됐다.일본이 인정한 작가 정의신의 작품 '야끼니꾸 드래곤'은 1969년, 일본 간사이(오사카) 지방의 스러져 가는 조선인 부락의 한 켠 '야끼니꾸 드래곤'(용길이네 곱창집)이 배경이다. 한 재일교포 가족의 일상을 그린 평범한 소재의 작품이지만 전해주는 메시지는 결코 평범하지 않다. 한국과 일본이 공통적으로 느낄 수 있는 '재일교포 가족이야기'라는 소재 자체가 주는 공감대를 넘어서 '현재 가족 이야기와 사람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점이 우리에게 감동을 준다.
'야끼니꾸 드래곤'은 힘겨운 현실 속에서도 인생은 언제나 가치있다는 것을 일깨워주는 내용으로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재일교포의 일상을 눈물겹게, 때론 경쾌하게 그리고 있다.2008년 초연 당시 출연했던 배우들이 이번 공연에도 그대로 선다. 연출가 정의신은 “이번 2011년 '야끼니꾸 드래곤'이 3년 만의 재공연이다. 배우들의 변화가 거의 없다보니까 또 다른 해석을 이끌어내기보다도 첫 무대와 같은 느낌을 되살려내는데 주력했다”고 말했다. 이 작품은 연출가의 연륜이 더해져 작품의 밀도와 긴장은 이전 보다 더욱 높아진 것으로 알려졌다.이어 그는 “양쪽에 다 속해있으면서도 어느 쪽에도 속해있지 않은 존재가 ‘재일(在日)’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집안 역시 전쟁이 끝난 후 토지를 갖고 있지 않은 가난한 일본인과 재일 한국인이 사는 곳에 임의로 집을 세우고 정착한 일이 있다. 내 아버지는 ‘국유지’임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샀다고 주장했는데, 그러한 내용은 작품 속 용길이의 대사에서도 나온다. 현재 우리 집은 극중 상황과 동일하게 철거되어 공원이 되었다. 이번 작품이 한국과 일본 사이에 놓인 ‘재일 한국인’의 심정을 조금이라도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되고, 먼 나라의 이야기가 아닌 가까운 이웃의 이야기라는 것을 느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막이 열리면 무대는 이미 배우들의 지글지글 곱창 굽는 냄새와 연기로 가득하다. 극의 시작 전부터 1970년대를 방불케 하는 아코디언 음악 연주와 함께 이미 관객들은 자연스레 용길이네 곱창집에 와 있다. 시각과 후각을 자극하여 사실성을 더해주는 연출가의 장치는 관객들을 한층 더 작품에 빠지게 한다.
연극은 다른 예술보다 배우 의존도가 높은 장르다. 특히 어느 공연보다도 직접적이고 구체적으로 작품을 이끌어가는 일등 공신은 조금의 이질감이나 어색함 없이 한국과 일본 고유의 분위기와 정서를 잘 녹여낸 배우들의 연기력이다. 동작 하나, 대사 하나까지도 놓치지 않고 집중하게 만드는 고수희의 농익은 연기, 무뚝뚝하고 일로 한평생을 살며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 신철진의 표정 연기, 일본의 국민배우 치바 테츠야를 비롯, 막내 토키오의 연기까지 관객들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든다. 한국 배우들의 유창한 일본어 솜씨도 공연관람의 포인트다. 연극 '야끼니꾸 드래곤'은 1970년대 재일교포 용길이네 가족들의 지난(至難)하고 고단(孤單)한 삶이 그 바탕이야기. 요즘처럼 재일교포에 대한 인식과 이해가 낮은 때 이 공연이 한 일 두 나라 관객 모두가 뜨겁게 반응하는 이유는 이 작품이 우리 가족들의 진솔한 모습을 너무도 정직하고도 직접적으로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은 1970년 가족 붕괴가 급속히 이루어졌고, 가족 간의 결속력이 어느 사회보다 강했던 한국 역시 최근처럼 급격하게 가족이 붕괴되는 사회현상은 피할 수 없는 터다. 관객은 바로 자신의 가족 이야기인 양 어렵고 힘들지만 서로 간의 ‘정’(情)을 느끼며 고난 속에서 희망을 이야기하는 ‘용길이네 가족’을 보며 같은 아픔을 느낀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여전히 희망의 끈을 놓치지는 않는다.
또 하나 이색적인 공연을 소개한다. 장진이 연출을 맡은 '로미오지구착륙기'다.연극 '로미오지구착륙기'는 오는 20일까지 서울예술대학 동랑센터 드라마센터에서 상연된다. '로미오지구착륙기'의 특징이라면 장진이 연출을 맡았다는 것과 서울예술대학 창작극 동아리 '만남의 시도' 1기부터 30기까지 멤버들이 출연한다는 것이다.김응수, 손호균, 김세준, 김승욱, 남궁연, 권은아, 김연재, 김원해, 장진, 김현철, 황정민, 정재영, 신하균 등 방송 영화 드라마에서 활약중인 연예인들은 '만남의 시도' 출신이다.이번 작품은 '만남의 시도' 30주년 기념작품인 만큼 동아리를 거쳐간 졸업생부터 현재 재학중인 30기까지 총 300여명 중에 참여 가능한 인원들이 총출동됐다. 무대에 오르는 출연진만 50여명. 군무가 있는 뮤지컬이나 대형 공연을 제외하고는 연극무대에 50여명이 오르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상황이다. 이들은 모두 각자의 특기를 살려 각본부터 연출, 연기, 기획 등 모든 분야의 역할을 나누어 끈끈한 결속력으로 연극 '로미오지구착륙기'를 완성했다.일반 서민부터 외계인에 이르기까지 총 60여개에 달하는 캐릭터들 중 주요 캐릭터는 트리플 캐스팅으로 가동, 선후배들이 나누어 배역을 담당하고 있으며 연기지도는 물론 다양한 경험을 하나의 무대를 통해 만들어냈다.
‘만남의 시도’는 여느 연극이 보여주지 못한 다양한 인간군상과 개성강한 인물들로 그들이 공존하고 있는 사회의 단면을 묘사하며 관객과의 새로운 만남을 시도하고 있다.연극 '로미오지구착륙기'는 달동네 재개발지구에 불시착한 UFO로 인해 집값이 하락하자 이에 격분한 마을사람들의 웃지 못할 해프닝을 그린 코믹극으로 연극에서 보기 드물게 SF라는 장르를 도입, 판타지성의 이야기를 무대에 재현했다.연출자 장진 특유의 코믹스러운 대사와 상상초월의 드라마 전개가 보는 이로 하여금 시종일관 감탄을 자아내게 할 이번 작품은 기상천외한 상황전개 속에 지극히 현실적으로 반응하는 서민들과 정부 고위 관리들의 모습을 통해 현 세태를 비판하는 풍자적인 성격도 강하게 엿보인다.이 작품은 관객이 감정적으로 극에 몰입하는 것과는 반대로 일정 거리를 두고 관찰하면서 작품의 의미를 생각하는 ‘형식주의의 연극’이다. 최소한의 무대 장치를 활용해 한 무대 위에 여러 공간과 여러 명의 배우를 등장시킨다는 것이 '로미오지구착륙기'의 또 다른 특징이다.
스포츠투데이 강승훈 기자 tarophine@<ⓒ아시아경제 & 재밌는 뉴스, 즐거운 하루 "스포츠투데이(stoo.com)">
대중문화부 강승훈 기자 tarophine@ⓒ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