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IBM '특허동맹' 맺다

韓美 첨단 투톱 보유기술 공유…제품혁신 가속화

#. 지난 1986년 전 세계 반도체 시장의 회복과 함께 256K D램으로 막대한 수익을 남긴 삼성전자는 당시 영업이익의 80%가 넘는 8500만달러를 특허 로열티 명목으로 미국의 반도체업체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에 넘겨줄 수밖에 없었다. 반도체 시장을 창출한 텍사스인스트루먼트가 당시 적자 누적으로 경영난에 봉착하자 삼성전자를 상대로 특허 소송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이 사건 이후로 '특허는 곧 돈이다'는 인식을 갖게 됐고, 특허 중시 경영에 박차를 가하게 된 계기가 됐다.[아시아경제 김진우 기자]반도체·디스플레이·통신 등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갖춘 삼성전자가 글로벌 최고의 혁신 기업 미국 IBM과 9일 양사가 보유하고 있는 특허를 상호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특허 크로스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양사는 미국 특허정보 서비스업체인 IFI페이턴트인텔리전스가 발표한 특허 등록수에서 2006년부터 5년간 나란히 1, 2위를 기록하는 등 지적재산권 분야 최고의 기업을 손꼽힌다. 특히 지난해 IBM과 삼성전자는 각각 5896건, 4551건의 특허를 등록해 미국의 마이크로소프트(MS·3094건), 일본의 캐논(2552건)과 파나소닉(2482건)을 멀찌감치 따돌린 바 있다.IBM과 삼성전자는 지난 수십년에 걸쳐 반도체·통신·디스플레이·소프트웨어 등 광범위한 분야의 기술에 대해 강력한 특허 포트폴리오를 구축해 왔으며 이번 계약으로 제품 혁신을 가속화해 확고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는 평가다. 또 양사는 연구개발(R&D) 투자에 더욱 박차를 가해 후발업체들이 따라올 수 없는 특허망을 갖추게 됐다. 안승호 삼성전자 IP센터 부사장은 "이번 IBM과의 특허 라이선스 계약을 통해 삼성전자는 다양한 기술을 확보, 고객들의 요구를 반영한 제품과 서비스를 보다 효율적으로 제공할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이와 함께 양사는 지난 2005년부터 첨단 로직공정을 공동 개발해 65나노·45나노·32나노 공정기술을 완성했으며, 지난 1월에는 차세대 공정으로 평가받는 20나노와 20나노 미만의 로직공정 공동개발에 착수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20나노 이하의 로직공정은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등 모바일 기기용 반도체뿐만 아니라, 고성능 컨슈머 기기 및 클라우딩 컴퓨팅 분야에도 널리 사용될 차세대 공정기술이다.한편 삼성전자는 지난 2005년부터 특허경영 혁신에 나서 원천기술 확보 및 R&D와 지식재산(IP) 연계를 강화하고 있다. 특히 특허 관련 전담조직에 400여명의 전문 인력을 두고 매년 5~10%를 미국 현지에서 관련법을 배울 수 있게 연수를 보내는 등 시스템뿐만 아니라 특허인재 육성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삼성전자 고위관계자는 "지난 2004년 특허로열티 지출비용이 1조원을 웃도는 등 영업을 통해 거둔 수익이 특허비용으로 허공으로 날아갔다"면서 "양뿐만 아니라 질적인 특허관리를 통한 효율성을 제고하고 있다"고 말했다.김진우 기자 bongo79@<ⓒ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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