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이종길 기자]배우 최수종은 KBS 드라마 간판스타다. 1987년 ‘사랑이 꽃피는 나무’를 시작으로 ‘서울 뚝배기(1990년)’, ‘바람은 불어도(1995년)’, 첫사랑(1996년), 야망의 전설(1998년) 등을 국민드라마로 이끌었다. 상승세는 2000년 뒤에도 이어졌다. ‘태조 왕건(2000년)’, ‘저 푸른 초원 위에(2003년)’, ‘해신(2004년)’, ‘대조영(2006년)’ 등은 모두 흥행 대박을 거뒀다. 23년간의 독주. 하지만 기세는 지난해를 기점으로 한풀 꺾였다. ‘전우’와 현재 방영 중인 ‘프레지던트’ 모두 기대 이하의 시청률을 남겼다. 14일 시청률조사기관 AGB닐슨미디어리서치의 집계에 따르면 13일 방송된 ‘프레지던트’는 7.1%를 기록했다. 동시간대 경쟁드라마인 MBC ‘마이 프린세스(20.9%)’, SBS ‘싸인(14.8%)’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그간 쓴맛보다 달콤함에 더 익숙했던 최수종. 당황할 법도 한 수치지만 그는 침착함을 잃지 않았다. 그저 차분한 목소리로 “숫자에 연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한다면 시청자들도 분명 알아줄 것”이라고 밝혔다. ‘프레지던트’를 통해 본 희망 때문이다. 애초 그 크기는 숫자놀음과 비교 대상이 될 수 없었다. 드라마는 아름다운 경쟁을 그린다. 최수종은 새물결 미래당 제 1대선후보 장일준을 소화한다. 그를 곁에서 내조하는 ‘철의 부인’ 조소희는 실제 아내인 하희라가 맡았다. 부부는 드라마를 통해 17년 전 약속을 실현했다. 당시 웨딩마치를 올린 둘은 ‘한번쯤은 동반 출연을 해봐야 하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나이를 먹으면 해 볼 수도 있다”고 답했다. 화목한 가정을 유지하며 부부는 대중과 약속을 지켰다. 그 호흡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영화 ‘별이 빛나는 밤에(1991년)’에서 보였던 찰떡궁합을 다시 한 번 재현하고 있다.
두 배우가 연기하는 인물들은 지극히 한국적이다. 가정에서 인물들은 두 아이의 아빠이자 엄마로 끈끈한 정을 공유한다. 하지만 대문을 열고 발을 딛는 순간 경쟁사회에 돌입한다. 각자 가진 무기를 앞세워 당면과제들을 해결한다. 어디서나 발견할 수 있는 우리네 삶이 그대로 담겨진 셈. 특히 극의 배경인 정치판은 어느 곳보다 뜨거운 열기를 자랑한다. 그 속에서 장일준은 한국의 아버지상을 잃지 않는다. 권모술수에 능하지만 집안에선 늘 온화한 가장이다. 조소희 역시 비슷한 이미지가 드리워있다. 남편을 최고로 끌어올리기 위해 온갖 악행을 저지르지만, 그 바탕에는 탄탄한 내조와 가족애가 깊게 깔려 있다. 한국 어머니들에게서 쉽게 엿볼 수 있는 희생정신도 빼놓을 수 없다. 그는 남편이 혼외정사로 낳은 아들을 이해하고 그 존재를 감추려 혼신의 노력을 다한다. 하나의 목표를 위해 달리는 야심찬 여인이라 보면 오산이다. 남편과 자식의 성공을 위해 희생도 불사하는 인물에 더 가깝다. 최수종은 “한국 정서가 담긴 이런 드라마도 하나쯤은 있어야 한다고 본다”며 “어떤 작품보다도 소중하게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그간 한국 정서를 세세하게 담은 작품은 대개 일일드라마에만 배치됐다. 그 스케일은 대부분 작고 아기자기했다. ‘프레지던트’는 그 벽에 정면으로 부딪혔다. 수목드라마 배치는 물론 정치를 소재로 삼는 등 그 크기를 대폭 넓혔다. 최근 드라마 동향에 새 바람몰이를 시도한 셈이다. 결과는 참혹하게 흐른다. 좀처럼 시청률 10%대를 넘기지 못한다. 하지만 드라마를 판단하는 잣대는 결코 시청률이 전부가 아니다. 한국 가정의 정서가 그대로 스며든 드라마는 추후 다르게 평가받을 여지가 충분하다. ‘드라마 마이더스의 손’ 최수종의 도전이 결코 성공과 멀다 볼 수 없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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