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호 아즈텍 대표 '미래읽은 뚝심으로 LED부품 국산화'

8일 김기호 아즈텍 대표(왼쪽)가 경기도 안성 공장에서 사파이어 원석을 소개하고 있다.

[아시아경제 이승종 기자] 2009년 초 러시아. 덜컹거리는 기차 안에 한국인 사내 한 명이 초조한 얼굴로 앉아 있다. 만지작거리는 서류봉투 안에 든 건 기술도입 의뢰서. 이미 몇 차례 다른 회사에서 퇴짜를 맞은 상황이다.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찾아간 곳에서 그는 마침내 고개를 끄덕이는 이를 만날 수 있었다. 사파이어 잉곳 전문회사 아즈텍과 김기호 대표 이야기다. 사파이어 잉곳은 사파이어를 한 데 뭉쳐 만든 덩어리다. 잉곳을 단면으로 자르면 LED칩의 핵심 부품인 웨이퍼가 된다. 사파이어 잉곳은 LED 산업이 성장할수록 수요가 급증하는 시장이다. 2008년 회사 설립 당시 김 대표가 주목한 것도 사파이어 잉곳 시장의 성장성이었다.  "당시만 해도 LED산업이 막 활성화되려는 단계였기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사파이어 잉곳 수요도 많지 않았습니다. 국내엔 전문업체도 전무하다시피 했고요. 그러나 LED산업이 계속 성장할 거라고 예상했기 때문에 반드시 잉곳 수요가 늘어날 거라는 확신이 있었습니다." 반도체 전문가인 김 대표에게도 사파이어 잉곳은 생소한 분야였다. 잉곳 생산 기술이 까다로워 국내 업체는 뛰어들 엄두조차 내지 못하던 상황이었다. 그는 러시아 업체로 눈을 돌렸다.  "사파이어 관련 기술은 러시아가 국방 기술의 일환으로 개발한 게 시초입니다. 지금도 사파이어 잉곳 생산량 세계 1위가 러시아 회사지요." 그러나 한국에서 날아온 이 사내를 환한 미소로 맞이해 주는 곳은 없었다. 기술 유출을 우려하며 문전박대하기 일쑤였다. 김 대표는 "18시간 동안 자동차로 이동하고 또 13시간 동안 기차 타고 방문한 곳에서 'NO'를 들었을 땐 정말 울고 싶더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기술도입 계약에 성공한 후로는 일사천리였다. 지난해 1월 자체 기술로 사파이어 생산 설비인 '그로우'를 만들고 8월에는 2인치 사파이어 잉곳 양산에 돌입한다. 설립 2년도 되지 않아 이뤄낸 쾌거였다.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지난해 12월에는 국내 최초, 세계 2번째로 6인치 사파이어 잉곳 개발 및 양산에 성공했다. 6인치 잉곳은 2인치 잉곳에 비해 웨이퍼 생산성이 2.5배 정도 높다. LED 생산 기업 입장에선 가격 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는 길인 셈이다.  "기존에는 6인치 잉곳이 거의 없어 대부분 생산이 상대적으로 쉬운 2인치 잉곳 위주였습니다. 그러나 지난해를 기점으로 국내외 LED업체들이 6인치 잉곳으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현재 아즈텍은 국내 대기업 계열 LED업체에 6인치 잉곳을 공급 중이다. 올해는 생산 공정의 효율성을 높여 6인치 잉곳의 가격 경쟁력을 확보, 판로를 넓혀간다는 입장이다.  김 대표는 "현재 경기도 안성에 그로우 23대를 운영 중이고 전남 대불 공단에 200대를 추가로 확보 중"이라며 "지난해 매출 100억원보다 10배 많은 1000억원 매출목표 달성도 자신하고 있다"고 말했다.이승종 기자 hanarum@<ⓒ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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