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글로벌 금융위기의 거센 파도를 헤치며 새로운 금융 체계(패러다임)를 구축하기 위한 각국의 논의가 치열하게 벌어졌다. 이를 바탕으로 지난해 11월에는 개최된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에서 금융규제 개혁방안의 기본 골격을 최종 확정하는 결실을 맺었다. 위기 상황에서 은행 부문의 복원력을 강화하기 위한 바젤위원회(BCBS)의 '자본 및 유동성 규제 개혁 방안', 일명 바젤Ⅲ와 금융안정위원회(FSB)의 '시스템적으로 중요한 금융회사(SIFI)'에 대한 감독 강화 방안 등이 G20 정상들에 의해 승인돼 글로벌 금융질서의 새로운 틀이 마련된 것이다.이번 금융규제 개혁 방안은 금융 및 경제적 위기 발생 시 은행 부문의 충격 흡수력을 키우고 금융 부문의 위기가 실물경제로 파급될 가능성을 사전에 막는 데 주된 목적이 있다. 바젤Ⅲ로 불리는 은행 규제 강화 방안은 우선 은행이 보유한 자본의 질적ㆍ양적 요건을 대폭 강화해 은행의 손실 흡수 능력을 키우기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 또한 은행의 과도한 자산성장을 막기 위해 자본 대비 레버리지(위험노출액)의 총량을 제한하는 레버리지비율 규제도 도입했다.최근 금융위기의 초기 유동성 경색 때 충분한 자본을 보유하고 있던 많은 은행들이 유동성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큰 어려움을 겪은 것을 교훈 삼아 은행의 안정적 유동성 확보를 위한 방안도 새롭게 마련됐다. 은행들이 단기적으로 발생하는 심각한 유동성 위기를 견뎌낼 수 있도록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과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차원에서 안정적인 자금 조달원을 확보하도록 '순안정자금조달비율(NSFR)' 규제를 도입한 것이다.아울러 개별 은행에 적용되는 미시적 금융규제만으로는 금융시장 전반에 걸쳐 발생하는 시스템 리스크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음을 확인하고 위기상황에서 개별 은행의 부실이 다른 금융회사로 전파돼 금융시장 전체의 불안정성 확대 및 실물경제 불안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SIFI에 대한 감독강화 방안도 마련했다. 그동안 상당히 보수적인 관점에서 자본비율을 관리해 온 국내 은행들의 경우 이 같은 규제 강화가 단기적으로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새로 도입되는 유동성 규제와 관련해서는 규제 수준 충족에 미흡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유동성 규제가 실제로 적용되기까지는 아직 시간적 여유가 있으므로 감독당국은 관련 제도를 정비하고 시장 인프라를 구축하는 등 국내 은행들의 유동성 상황 개선에 필요한 조치들을 올해부터 적극 추진할 예정이다. 지금은 금융위기 이후 새로운 금융경제 패러다임이 자리 잡아가는 대변혁의 시기다. 이에 따라 감독당국도 안팎으로 흩어져 있는 도전 과제들을 극복하면서 금융규제의 새로운 틀이 성공적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철저한 사전 준비와 선제적 대응을 강화할 방침이다. 이런 변화 속에서 우리 금융산업이 새로운 도약의 계기를 맞이할 수 있도록 능동적인 감독도 적극적으로 수행할 것이다. 루비니(N. Roubini) 뉴욕대 교수를 비롯한 일부 경제학자들은 "경제위기는 역사를 통해 반복되는 현상"이라며 또 다른 경제위기가 찾아올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금융규제 개혁 방안의 차질 없는 이행을 통해 국내 은행의 체질 및 위기 대응 능력이 향상되고 대내외의 잠재 위험이 현실화되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대비해 나간다면 위기 재발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국내 은행산업이 성공적으로 도약할 수 있는 일대 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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