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WC 개최 무산이 남긴 교훈…'원톱 외교' 버거웠다

[스포츠투데이 이종길 기자]한국의 2022년 월드컵 유치가 무산됐다. 영광의 카타르에게 돌아갔다. 목표 달성 실패. 하지만 한국은 큰 교훈을 얻었다. 바로 스포츠 외교력 강화의 중요성이다. 2022년 월드컵 유치의 선봉장은 정몽준 국제축구연맹(FIFA) 부회장 겸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이다. 2002년 한일 월드컵 개최의 주역이던 그는 이번 역시 유치에 총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정 부회장은 외로웠다. 실질적인 유치 활동을 혼자 도맡은 까닭이다.당초 유치위원회는 그에게 큰 힘을 보탤 것으로 보였다. 2002년 월드컵 개최의 노하우에 이명박 대통령의 제프 블래터 FIFA 회장 면담 및 훈장 수여 등이 더 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투표권을 가진 집행위원을 상대로 유치에 나선 건 정 부회장 혼자였다. 그는 최상의 시나리오라 내다본 4차 투표까지 승부를 끌고 가기 위해 부단히 돌아다녔다. 취리히 입성 전 미셸 플라티니(프랑스) 유럽축구연맹 회장을 만나 물밑 선전을 펼쳤다. 프란츠 베켄바워 집행위원을 만나기 위해 독일 행 비행기에도 올랐다. 부동표 확보를 위해 정 부회장은 아프리카 쪽에도 세심한 노력을 기울였다. 카메룬 출신 이사 하야투 아프리카축구연맹(CAF) 회장과 친밀한 관계 유지에 힘썼다. 자크 아누마(코트디부아르)와 하니 아보 리다(이집트) 집행위원에게도 따로 지지를 부탁했다.그의 분투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정 부회장은 지난달 국내서 개최한 G20 정상회의서 각국 정상들을 만나 지지를 부탁하기도 했다. 하지만 든든한 버팀목에게도 두 번의 유치는 결코 쉽지 않은 과제였다. 상황도 어느 때보다 좋지 않았다. 두 대회 개최지를 동시에 결정, 집행위원들의 표심 예측이 어려웠다. 투표권을 가진 22명 가운데 정 부회장을 포함한 8명은 2018년 또는 2022년 월드컵 유치 신청국가 출신이기도 했다. 악재는 투표서도 이어졌다. 당초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3차 투표까지 불씨를 이어가는 데는 성공했지만 아시아 국가들을 모두 넘어서는 데는 실패했다. 특히 3차 투표까지 호주와 일본이 낙마해 모하메드 빈 함맘 아시아축구연맹(AFC) 회장과의 전략관계 형성이 무산됐다.일각에서는 정 부회장이 이번 실패로 국제 축구계서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유치전에서 보여준 노력에 대해서는 격려하는 분위기다. 한 축구 관계자는 “3차 투표까지 이끈 건 모두 정 부회장의 노력 덕”이라며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너무 부족했다”고 아쉬워했다. 다른 관계자도 “누구도 정 부회장에게 비난의 화살을 날릴 수는 없다”며 “그에게 축구 외교를 모두 짊어지게 한 국내 현실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이번 유치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은 부족했다. 정치권 내에도 ‘2002년 월드컵 개최 뒤로 불과 8년 만의 도전이 가능이나 하겠느냐’는 의심이 내내 감돌았다. 언론이나 국민들의 관심 또한 2002년과 비교해 저조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이에 한 축구관계자는 “이번 유치 실패는 ‘1인 외교’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잘 보여준 사례”라며 “정부와 축구인들이 이번 실패를 통해 폭 넓은 접근과 유치 활동의 절실함을 깨달았으면 한다”고 밝혔다. 다른 관계자도 “정 부회장이 FIFA 회장 선거에 출마하지 않기로 한 이상 스포츠 외교력을 강화하는데 다각도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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