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정민 '유해진과 첫 연기, 불꽃 튀었죠'(인터뷰)

[스포츠투데이 고경석 기자]황정민이 류승범과 세 번째로 다시 만났다. 2001년 영화 '와이키키 브라더스'에 이어 '사생결단'으로 찰떡궁합을 과시한 뒤 4년 만이다. 4년 전엔 형사와 마약판매상이었고, 이번엔 형사와 검사다. "같은 배우가 나오니까 '사생결단'을 떠올릴 수 있을 것입니다. 제가 이번에도 형사로 나오니까 더 그렇게 보이겠죠. 그렇지만 캐릭터와 내용은 전혀 다릅니다. 승범이와 함께 나오는 장면도 딱 네 번 뿐이고요. 승범이와 저는 '와이키키 브라더스' 때부터 친하게 지내서 가족 같아요. 잘 아니까 정말 편하고 재밌습니다."영화 '부당거래'는 서로 다른 목적으로 부당한 거래를 하는 경찰, 검사, 스폰서 재벌의 물고 물리는 게임을 그린 범죄드라마다. 황정민은 경찰대 출신이 아니라는 이유로 번번히 승진에서 제외됐다가 국장의 부당한 제안을 받고 범인 조작을 시도하는 형사 최철기 역을 맡았다."철기는 선인도 악인도 아닌 인물입니다. 제가 이 영화를 선택하게 된 이유 중 하나입니다. '부당거래'는 요즘 영화들처럼 드러내놓고 선과 악을 나누지 않아요. 인물들도 선인과 악인으로 구분되지 않아서 좋았어요. 이분법적으로 나누는 건 1차원적이고 재미없잖아요."스폰서 검사와 비리 경찰 문제를 건드리고 있지만 '부당거래'는 사회비판적인 내용보다는 아등바등하며 직장생활을 하는 사람들에 대한 은유에 가깝다. 조직 생활과 개인의 이익을 위해 타인을 이용하기도 하고 두뇌싸움을 벌이기도 하면서 옳지 않은 일을 행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영화가 어떤 평가를 받을지는 모르겠지만 배우들의 연기가 워낙 좋아서 각 인물들의 심리를 따라가다 보면 재미있을 것입니다. 인물들이 서로 간 보는 이야기거든요.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그런 일이 많잖아요. 말하는 것과 속마음이 다른 인물을 연기하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사생결단'에서 황정민이 류승범과 연기 대결을 펼쳤다면, '부당거래'에서는 주로 유해진과 맞붙는다. 연기파 배우로 둘째 가라면 서러워 할 두 배우의 첫 만남은 어땠을까. "상대 배우와 연기하면서 불꽃이 튀는 순간이 있습니다. 정말 고마운 거죠. 그럴 때 정말 기분 좋고 행복합니다. 경쟁심 같은 건 없었어요. 좋은 연기란 앙상블이 필요하니까요. 1을 주면 2를 받고 다시 3을 주면 4를 받는 거죠."황정민은 특히 유해진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유해진을 가리켜 "캐릭터를 대하는 태도나 구축하는 방식이 무척 겸손한 배우"라며 "그 자체로 내게 공부가 되는 배우"라고 극찬했다. 흥행으로서 황정민의 정점은 2005년 '너는 내 운명'이었다. 영화의 완성도를 떠나 흥행과는 거리가 멀었다. 연기력에 대한 칭찬만으로는 갈증이 생길 법도 했다. 최근작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도 예외는 아니었다."흥행이 제 소관은 아니지만 어떡합니까. 최선을 다해 제가 맡은 연기를 하는 것이지만 관객과 소통이 쉽지만은 않다는 것을 절감합니다. 요즘엔 조금만 자신이 만들어놓은 틀에서 벗어나면 영화를 쓰레기 취급 하는 것 같아요. 무섭죠. 내가 좋아하는 것만 할 수도 없고, 관객이 좋아하는 것만 할 수도 없잖아요. 쉽지 않은 일이죠."재능을 인정받는 배우로 쉼 없이 연기를 해오면서 황정민에게 부족한 것이 있다면 어떤 것일까. 그는 여전히 "어떻게 하면 연기를 잘할 수 있을까 고민한다"면서 "가족이 다 함께 건강하게 지내는 것이 현재의 내 바람이다. 아기와 함께 놀 때가 가장 행복하다"고 말했다. 스크린 속에서 황정민은 피 끓는 배우이지만, 촬영장을 벗어나면 그 역시 평범한 한 명의 가장인 셈이다. 활짝 웃는 황정민의 주름이 이날 따라 유난히 선명하게 드러났다.
스포츠투데이 고경석 기자 kave@스포츠투데이 사진 이기범 기자 metro83@<ⓒ아시아경제 & 재밌는 뉴스, 즐거운 하루 "스포츠투데이(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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