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5기 100일] 박형우 인천계양구청장 인터뷰
박형우 인천 계양구청장.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박형우(53) 인천 계양구청장을 만나는 길은 길었다. 지난 13일 오후 약속한 시간에 구청장실을 방문했지만 20분 정도 더 기다려야 했다. 정해진 시간에 언론과 한 약속인데, 서운하다 싶을 때쯤 먼저 들어갔던 민원인이 나왔다. 안에 들어가 박 청장과 이야기를 나누다 인터뷰가 지연된 까닭을 듣고나니 마음이 풀렸다. "찾아 오는 모든 민원인들을 문전 박대하지 않고 다 만나고 있다. 탁상공론을 벗어나 현장의 민심과 민원을 깊이 있게 이해하고 이에 맞는 해결방안을 찾기 위한 것이다. 앞으로도 구청장실 문을 열어 놓고 찾아오는 모든 민원인들을 만나겠다"는 박 청장의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자칫 권위주의나 탁상공론으로 흐르기 쉬운 일선 구청장이 주민들을 상대로 '탈권위주의'ㆍ'현장 중심 구정'ㆍ'소통'의 철학을 온몸으로 실천하고 있는데, 그깟 기자의 20분이 대수랴.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그는 취임 후 지난 100여일간 진짜로 찾아 오는 민원인들은 다 만났다고 한다. 조금 시간이 흐른 후에는 힘이 들어 전임 구청장 시절 민원인들을 문전박대했던 게 이해가 되기도 했단다. 하지만 책상에 앉아서는 들을 수 없는 시민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듣고 몰랐던 부분을 이해할 수 있다는 점을 깨달았고, 앞으로도 계속 만날 생각이다. 또 현장 방문도 수시로 하고 있다. 이날 오전에도 귤현동 도시가스 설치 민원 현장을 찾았는데, 민원인들이 왜 설치부담금을 감면해달라고 요구하는 지 이유를 깨달았고, 해결 방안을 찾았다고 한다. 박 청장은 "직접 현장에 가보니 현실적인 해결책이 나온다 .주민들의 아픔과 고통이 가슴에 와 닿기 때문"이라며 "현장 위주의 행정과 주민과 직접 만나는 소통을 통해 앞으로 구정을 펼쳐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형우 인천계양구청장(사진 왼쪽)이 공사 현장을 방문해 민원을 청취하고 있다.
취임 후 박 청장에게 가장 힘들었지만 보람있던 일은 지난 추석 계양구에 내린 호우로 발생했던 수해 피해 복구였다. 추석 연휴를 온통 반납한 채 3일간 수해 복구에 매달렸던 박 청장은 공무원들의 노고를 다시 한 번 깨달았다. 그리고 노력한 만큼 주민들도 칭찬해줘 보람도 느꼈다. 처음엔 원망과 야단만 들었는데 3일 내내 주민들의 피해 복구를 도우니 고맙다는 인사말이 더 많았다는 것이다. 그는 "주민들을 위해 열심히 일을 하니까 인정해 주더라. 더 잘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회상했다. 시의원 출신인 그에게 구청장 취임은 한결 더 언행을 신중히 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박 청장은 "결재와 집행권한이 없었던 시의원에 비해 구청장이 되고 나니 훨씬 일을 신중히 처리하고 말 한 마디 한 마디 조심하게 된다"며 "특히 민원인들과 만나선 신중하게 현안에 대해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계양구의 가장 큰 현안인 롯데건설의 계양산 골프장 문제, 경인운하 건설 등의 문제는 '시민 중심의 접근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계양산 골프장 건설을 반대해 온 그는 취임하자마자 롯데건설 관계자를 만나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있는데, 시민들의 70~80%가 반대하는 골프장을 굳이 왜 하려 하냐"는 의견을 전했다.그러면서 시민들이 편히 쉴 수 있는 휴식공간 조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특히 박 청장은 이를 위해 계양산의 계양산성 복원, 둘레길 조성, 생태계 보전 및 등산로 조성ㆍ공원화 등을 추진해 수도권 시민들이 즐겨 찾는 최고의 명산으로 만들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경인운하 건설도 이왕 파기 시작한 것을 되돌릴 수는 없지만 친수공간을 잘 조성해 시민들을 위한 공간으로 활용하자고 제안했다. 최근 수공 측에 경인운하 변 오토캠핑장 조성을 건의했다고 한다. 박 청장은 또 현재 '방수로'여서 물이 마른 상태인 경인운하가 완공돼 배가 떠 다니도록 물이 차 있을 경우 수해 발생이 우려된다며 철저한 검증과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했다. 아울러 졸속적으로 공사가 추진되면서 경인운하에 건설 중인 각종 공사가 기존의 마을ㆍ도로를 고립시켜 도시 흉물화되는 현실을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수공 측에게 문제제기 하면 보상 문제나 설계가 이미 끝났다는 핑계를 대며 검토하겠다는 얘기만 한다"며 "핑계에 불과하며 주민들을 위해 당장 대책 마련에 나서라고 촉구 중"이라고 말했다. 박 청장은 마지막으로 "옛날처럼 큰 건물이나 지어 놓고 치적을 자랑하는 짓은 안 할 것"이라며 "돈 안 들이고도 할 수 있는 것들이 많다. 구민들과의 소통ㆍ대화를 통해 교육, 문화에 투자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봉수 기자 bskim@<ⓒ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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